선거 후 다시 불붙는 검찰개혁
형소법 개정 본격화…보완수사·전건송치 쟁점
전당대회 앞둔 민주당, 강경파 목소리 커지나
6.3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논의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10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둔 가운데 보완수사권과 전건송치 제도 등 쟁점을 놓고 정부·여당에서조차 의견이 갈리고 있어 선거 이후 정국의 핵심 이슈가 될 가능성이 크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조만간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해 당정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개정안에는 공소청과 중수청 신설에 따른 사건 처리 절차와 공소청 검사의 권한 범위 등이 담긴다.
가장 큰 쟁점은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다. 검찰은 기소 여부 판단과 원활한 공소유지를 위해서는 검사가 직접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사·기소 분리 후 보완수사마저 없애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수사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법무부도 1차 수사기관의 오류를 바로잡을 최소한의 장치로 일정 수준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 장관은 최근 경찰이 단순 살인 혐의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보완수사를 통해 성범죄 동기를 밝혀낸 광주 여고생 흉기 살인사건 사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반면 여당 강경파는 검찰에 직접 수사권을 남겨두는 것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허용하면 이를 기반으로 검찰이 다시 권한을 확대할 수 있는 만큼 보완수사 요구권만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혁안을 주도하는 김민석 국무총리도 보완수사권 폐지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총리는 추진단에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논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대안으로 보완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보완조사권은 피해자·피의자 면담과 기록 검토 등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데 필요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권한이다. 다만 보완조사권은 수사권이 아닌 ‘행정조사’ 권한으로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어렵고,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 형사사법 절차상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한계로 지적된다.
전건송치 제도 부활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전건송치는 경찰 등 1차 수사기관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기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폐지됐으나 수사·기소 분리와 보완수사권 폐지 이후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 방안으로 다시 거론된다. 검찰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전건송치 제도 부활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최근 추진단에 제출했다. 다만 검찰이 모든 사건을 살펴볼 여력이 없는데다 경찰도 사실상의 수사지휘라며 반발할 수 있어 부활 여부는 불확실하다. 전건송치 제도가 복원되면 경찰 단계에서 사건 암장을 막을 수 있겠지만 보완수사권 없이는 수사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공소청과 중수청 출범이 넉달도 남지 않은 만큼 형소법 개정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8~9월 예정된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가 형소법 개정 논의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당대표 선출을 앞두고 선명성 경쟁을 벌이면서 검찰개혁에 대한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는 시기가 여당의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이어서 합리적인 논의가 아니라 정치적인 선명성 경쟁에 휘둘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여권이 추진해온 ‘조작기소 특검법’ 도입 움직임도 조만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대장동 개발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을 포함해 윤석열정권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의혹을 수사할 특별검사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특검이 넘겨받은 사건의 공소취소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법안에 담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조작기소 특검이 아닌 공소취소 특검’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선거 이후로 특검법 논의 시점을 미룬 바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곳에서 승리했지만 서울시장과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등 주요 지역에서 패배함에 따라 특검법 추진 과정에서 수사 대상이나 권한을 축소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