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 세 번째 참사
폭발사고 뒤 감독, 감독 뒤 또 폭발
수백건 법 위반 적발·시정조치에도 재발 … 안전관리체계 작동 여부 수사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서울 본사와 대전사업장, 연구개발(R&D) 캠퍼스 등을 압수수색하며 대전공장 폭발사고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수사당국은 추진제 세척공정과 안전관리체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이번 수사 대상 상당수가 과거 특별감독에서 노동부가 문제로 지적했던 분야와 겹친다는 점이 주목된다.
5일 노동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지난 1일 대전사업장 56동 세척공실에서 발생했다. 노동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같은 사업장에서는 2018년 폭발사고로 5명, 2019년 폭발사고로 3명이 사망했다. 최근 8년 동안 폭발사고로만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두 차례 대형 인명사고 이후 특별감독과 시정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2018년 폭발사고 직후 실시된 특별감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486건이 적발됐다. 특히 공정안전관리(PSM) 분야 위반이 266건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당시 노동부는 사업장 전체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환경안전팀의 권한과 위상이 낮아 사업장 전체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봤다. 또 안전보건교육 미흡,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관리 소홀, 특별관리대상물질 관리 부실, 공정안전보고서 이행 미흡 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하지만 이듬해 또다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 특별감독에서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82건이 적발됐다. 개선 권고도 208건에 달했다.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업무 총괄 소홀, 공정안전보고서 미준수, 화학물질 관리 미흡 등이 다시 지적됐다.
결국 두 차례 특별감독과 대규모 시정조치에도 세 번째 폭발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두 차례 감독, 세 번째 사고 = 노동부와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세척공정과 화학물질 관리, 안전관리체계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노동부는 2019년 특별감독에서도 화학물질 관리 미흡과 공정안전보고서 미준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업무 총괄 소홀 등을 적발했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56동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기준 한 달에 세척제 8240㎏과 추진제 3만6000㎏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척제는 다이클로로에틸렌, 추진제에는 알루미늄 분말과 톨루엔 등이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추진제 잔류물과 알루미늄 분말, 휘발성 세척제 증기, 정전기나 마찰이 결합할 경우 폭발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수사당국은 세척공정 절차와 안전조치, 방폭설비 운영 여부는 물론 연구개발 캠퍼스 내 안전관리 총괄 조직인 환경·안전·보건(ESH)실의 운영 실태와 서울 본사의 안전 관련 결재 체계도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안전 관련 자료와 도면, 생산공정 자료 등을 확보했으며 ESH실 관계자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또 사고가 발생한 세척공실 내부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외부 CCTV 영상 확보에도 나섰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동일한 사업장 안에서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반복 산업재해 사업장 현황 보고를 지시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도 방산업체에 대한 긴급 합동점검 방침을 밝히며 방산업체 전반의 안전관리 실태 점검을 예고했다.
◆특별감독은 왜 현장에서 멈췄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실적이 크게 늘었지만 공개된 안전보건 예산은 연간 수십억원 수준에 머물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회사측은 공장 무인화와 작업환경 개선 등을 포함한 실제 안전 관련 투자액은 지난해 247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생산 확대와 시설 증설, 신규 인력 충원이 이어진 만큼 안전 관련 투자와 조직 위상도 그에 걸맞게 강화됐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사고 사망자 가운데 일부가 생산 확대 과정에서 충원된 젊은 노동자라는 점도 안전교육과 숙련도 관리 문제를 다시 제기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사고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과거 감독에서 지적된 문제가 실제 현장에서 개선됐는지 여부다. 2018년 특별감독에서 지적된 안전·보건 총괄관리 부재와 화학물질 관리 문제, 2019년 특별감독에서 재차 확인된 안전관리체계 미흡은 현재 수사당국이 들여다보는 핵심 영역과 상당 부분 겹친다.
다만 특별감독에서 지적된 사항들이 실제로 얼마나 개선됐고, 이번 사고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향후 수사와 조사 결과를 통해 확인될 사안이다.
같은 사업장에서 세 차례 폭발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는 사고 원인 규명을 넘어 감독과 시정조치가 왜 현장에서 작동하지 못했는지 규명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수사의 핵심은 폭발 원인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두 차례 특별감독과 수백건의 시정 요구가 왜 세 번째 참사를 막지 못했는지를 밝히는 데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고는 방산업체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