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개각·당권·원구성 ‘3축 재편’ 본격화

2026-06-08 13:00:06 게재

‘포스트 6.3’ 지형 반영, 국정동력 확보 시도

여권 차기 구도·대야 관계 등 주도권 경쟁

6.3 지방선거 종료와 함께 정부여당의 대규모 개편작업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국회 후반기 원구성과 맞물려 이재명정부의 개각, 여당의 새 지도부 구성 등이 동시에 진행된다. ‘포스트 6.3’ 지형을 반영한 여권의 3축 재정비는 향후 여야의 정국 주도권 향배는 물론 여권의 차기 구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의원들과 얘기 나누는 민주당 당권 주자들 5일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왼쪽부터)이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선거 직후인 7일 김민석 국무총리 후임으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집권 2년 차 국정체제 전환에 나섰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 브리핑에서 “IT 기업 대표와 중기부 장관이라는 경험을 바탕으로 시대적 과제인 AI 대전환을 차질 없이 완수하고 국민 일부가 아닌 대한민국 모두의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역대 두 번째 여성 총리 카드를 꺼낸 이 대통령은 AI·디지털 전환이라는 집권 2년 차 핵심 국정과제와 총리 인선을 연계한 셈이다. 총리 교체가 청와대 참모진 개편과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028년 4월 총선까지는 전국단위 선거가 없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국정현안을 주도적으로 끌고갈 수 있는 골든타임으로 평가된다. ‘청와대→내각→당’을 관통하는 연쇄 인사 이동 등을 통해 현안 추진의 동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AI·경제 성장의 과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검찰개혁 등 이른바 정치 개혁 의제를 어느 속도로 밀어붙일 것인지가 이번 인사개편 등에서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의원들과 얘기 나누는 민주당 당권 주자들 5일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왼쪽부터)이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내각 개편과 동시에 진행되는 민주당 전당대회도 여권 재정비의 핵심 축이다. 정청래 현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고 김민석·송영길 의원 등이 참여하는 구도가 유력하게 제기된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현 지도부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지도부 일괄 퇴진 등 전면화와는 거리가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후 첫 의원총회에서 “이번 선거에 대한 평가는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지만 시스템으로 하는 것이 맞다”며 백서 발간 계획을 알렸다. 그는 “숫자를 넘어 국민과 당원이 주신 박수와 채찍 두 가지를 다 가슴에 새기고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같이 나가자”며 연임 의지를 우회적으로 피력했다. 정청래 대표의 책임론을 주장했던 송영길 의원은 7일 광주 5.18 민주묘지 참배 후 당권 도전과 관련해 “정청래 대표의 거취와 호남 민심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총리는 지난 6일 광주를 방문한데 이어 7일에는 엑스(X)에 “다음 임무는 기득권의 저항을 돌파하고 이재명정부의 시대정신을 실현할 강력하고 유능한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당원의 바다에서 민주의 황금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친이재명계 주자로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방선거·재보선 공천과 캠페인을 주도한 정청래 대표 등 당권파와 친명·반정청래계 등 민주당 내부의 경쟁구도가 전면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송영길 의원이 전당대회 초반에 각자 세력을 구축한 뒤 막판 단일화를 통해 정 대표 견제 구도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총선 공천권뿐만 아니라 여권 차기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의원들과 얘기 나누는 민주당 당권 주자들 5일 국회에서 열린 ‘제43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정청래 민주당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왼쪽부터)이 의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후반기 국회 원구성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22대 국회 후반기 의장으로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선출됐고, 민주당 몫 부의장으로 남인순 의원, 국민의힘 몫 부의장으로 박덕흠 의원이 선출됐다. 의장단 선출 이후 여야가 18개 국회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원구성 협상에 돌입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헌정 공백 관행을 깨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한 반면 국민의힘은 법제사법위원장 반환을 요구하며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의장 선출 전 언론인터뷰 등을 통해 “원구성은 6월 내 끝내고 7월에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민주당은 검찰개혁 후속 입법과 조작 기소 특검법 등을 다룰 법사위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 역시 법사위원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과방위 또한 여야의 최대 ‘전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즉시 본격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지만, 법사위 쟁점이 해결되지 않으면 전반기처럼 민주당 단독 선출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통상 원 구성을 하는데 48~54일 걸리는 등 헌정 공백 상태가 관례처럼 굳어져 왔다”면서 “잘못된 관행은 깨야 된다. 과거 관행처럼 시간 끌기하고 발목 잡기식으로 하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국회와 청와대·내각, 여당의 재정비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것은 국정 모멘텀을 재장전할 기회인 동시에 혼선과 공백의 위험성을 함께 품고 있다. 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발목이 잡히거나, 여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이 전면화될 경우 국정 동력 훼손이 불가피하다. 6~8월 사이 진행될 여권의 3축 재정비 결과에 따라 ‘포스트 6.3 지형’이 반영된 정국 주도권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이명환 박준규 방국진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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