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또 내분 늪으로…‘재선거’ ‘장동혁 사퇴’ 엇갈린 목소리
장 대표 “국조보다 특검 우선, 특검보다 재선거가 먼저”
김도읍 “통상 선거 패배 지도부는 거취 표명, 그게 상식”
10일 원내대표 경선, 주류-비주류 갈등 1차 갈림길될 듯
국민의힘이 다시 내분의 늪으로 빠지는 모습이다. 친한계(한동훈)와 소장파 등 비주류는 6.3 지방선거 결과의 책임을 물어 장동혁 대표 사퇴를 거듭 촉구하는 반면 장 대표는 사퇴 요구를 외면하면서 “재선거” 주장만 쏟아내고 있다. 양측의 충돌은 10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1차 갈림길에 설 것으로 보인다.
8일 국민의힘은 주류 대 비주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6.3 지방선거를 패배로 해석하는 비주류에선 장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장 대표는 “임기를 채우겠다”는 의지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시위를 앞세워 “지금은 이재명정부와 싸워야할 때”라고 외치고 있다.
비주류 인사들은 연일 장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소속 기초단체장은 “지지자들로부터 제일 많이 들은 소리가 ‘제발 장동혁 좀 내보내라’ ‘장동혁 때문에 국민의힘 찍기 싫다’였다. 역대 이런 비호감 대표는 없었다. 하루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수도권 중진의원도 “장 대표가 ‘윤 어게인’ 타령하는 바람에 수도권을 다 내줬다. 장 대표를 바꾸지 않으면 당의 위기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재선거 요구를 앞세워 자신을 겨냥한 사퇴 공세를 회피 기동하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에서 “국정조사보다 특검이 우선이고, 특검보다 재선거가 먼저”라고 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 민주당도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도 재선거 실시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앞서 7일 오전 지방선거 재선거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이날 오후에는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재선거를 압박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이) 국민이 요구하는 재선거에 대해서는 아예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정작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빠졌다. 지금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말뿐인 개혁도, 알량한 수사도 아니다. 재선거야말로 대체불가의 국민적 요구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사퇴 요구를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에 대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게 뭔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당내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지, 국민과 함께 싸워야 하는지. 국민들과 싸우라는 게 국민 요구라면 이 문제를 (제) 거취 문제와 관련시키는 것은 전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비주류는 장 대표의 재선거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친한계 신지호 전 의원은 “장동혁이 재선거를 주장하니 민주당 최민희, 박선원 등이 투표 용지로 문제 된 지역만 재선거 하자고 맞장구쳤다. 오세훈 당선을 무효화하고 다시 하자는 것이다. 장동혁은 도대체 누구 편인가?”라고 반박했다. 6.3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유의동(경기 평택을) 의원은 8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재선거에 대해 당내 의견이 하나로 모인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지방선거 성적표가 썩 좋지는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 모든 분이 공통으로 인식하고, 앞으로 당의 방향 등을 전환하는 데 있어, 지도부의 거취 문제를 포함해 계속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 분명하다”며 “장 대표도 올림픽공원에 있는 재선거와 지도부 거취를 연결하기 보다는 어떤 것이 당을 위해 필요한 지 숙의를 충분히 거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가 재선거 이슈로 자신을 겨냥한 사퇴 요구를 회피하지 말라는 의미로 읽힌다.
양측의 충돌은 10일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날 전망이다. 경선에는 4선 김도읍 의원과 3선 정점식·성일종 의원이 출마했다. 장동혁체제에서 정책위의장을 지낸 정 의원이 주류를 대변하는 것으로 분류된다. 만약 정 의원이 당선된다면 장 대표 사퇴론도 한 풀 꺾일 수밖에 없다. 반면 김 의원 또는 성 의원이 이긴다면 장 대표도 흔들릴 수 있다.
김 의원은 8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나와 장 대표의 거취와 관련 “통상 선거에 패배한 지도부는 거취 표명을 해왔다. 그게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촉구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