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등에 헤지 나선 투자자들

2026-06-08 13:00:07 게재

AI·기업개혁 기대는 여전 … 급등 피로에 옵션 방어 수요 확대

코스피가 급락 출발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올해 90% 넘게 오르며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이자 글로벌 투자자들이 방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증시의 인공지능(AI) 반도체 매력은 여전하지만, 상승 속도가 너무 빨랐던 만큼 일부 수익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7일(현지시간) 일부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이거나 파생상품을 활용해 하락 위험을 막고 있다고 보도했다. 헤지펀드 골든호스펀드매니지먼트는 최근 몇 주 동안 한국 주식 총노출을 일부 줄이고 파생상품 방어 전략을 더했다. 자산운용사 M&G인베스트먼트도 메모리와 파운드리 보유 비중을 낮추고 AI 공급망 내 다른 기업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고 있다.

이링 옹 골든호스펀드매니지먼트 매니징파트너는 “우리는 지난 몇 주 동안 총노출을 가장자리에서 줄이고 파생상품 방어를 덧붙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스페이스X 상장 등 대형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어 투자자들이 참여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금 회전이 나타날 수 있다며 “일부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나타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미국 상장 한국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 ETF 옵션 거래를 분석한 결과, 투자자 수요는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쪽에서 하락 방어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탄비르 산두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글로벌 파생상품 전략 책임자는 “논쟁은 코스피 이야기가 여전히 매력적인지 여부가 아니다. 어떻게 투자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얻은 수익의 일부를 잃지 않을 것인가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ETF 옵션 거래가 투자자들이 더 조심스러워지고 있으며, 수요가 상승 노출에서 하락 방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방어에 나섰다고 해서 한국 증시의 상승 논리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8.6배로 5년 평균 10배보다 낮다. 대만 증시의 약 20배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골든호스펀드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코스피 기업의 올해 이익 증가율 전망도 1월 20%에서 최근 50% 이상으로 높아졌다.

라지브 드멜로 가마에셋매니지먼트 글로벌 매크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랠리 속도는 아찔했지만 이런 시장에서는 차라리 상승세를 계속 타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빠져나오면 시장이 조정받지 않을 경우 다시 투자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했다.

다만 일부 투자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밖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급등세를 주도하며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 대열에 올랐고, 한국 증시가 한때 인도를 제치고 세계 6위 시장이 되는 데 힘을 보탰다.

비카스 퍼샤드 M&G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초과수익은 가치사슬의 더 아래쪽, 곡괭이와 삽을 파는 기업들 중에서도 더 아래쪽에 있다”고 말했다. AI 인프라 투자 수혜는 받지만 가장 붐비는 거래의 중심에 있지는 않은 기업을 보겠다는 의미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펀드는 올해 한국 주식에서 사상 최대인 760억달러를 빼냈고, 최근 한달 동안 매 거래일 순매도를 이어갔다. 일부 매도는 단일 종목 보유 한도 같은 기술적 요인 때문이지만, 매물을 받아낸 주체가 개인투자자라는 점이 시장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스테판 마르탱 옵티버 아시아 기관 파생상품 영업 책임자도 개인투자자 참여 확대에 따른 위험을 언급했다. 그는 블룸버그 변동성 포럼에서 레버리지 ETF 인기와 주간 단일주식 옵션 도입 계획에 대해 “정말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시장이 반전될 경우 “다소 위태로운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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