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트럭 전동화 시대 본격 개막

2026-06-08 13:00:25 게재

테슬라 ‘세미’ 양산 개시 … 물류비 절감·탄소감축 기대 속 상용성 검증 과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대형 전기트럭 ‘세미’(Semi)의 양산에 돌입하면서 디젤 중심으로 유지돼 온 북미 장거리 물류 시장의 전동화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그동안 대형 트럭은 긴 주행거리와 높은 적재능력이 필수적인 만큼 배터리 무게와 충전시간 문제로 친환경 전환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테슬라가 고효율 설계를 통해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51만km 달리면 디젤트럭보다 저렴 = 한국자동차연구원은 8일 ‘대형 트럭 전동화의 서막을 여는 세미’ 보고서에서 이러한 내용을 분석했다.

테슬라는 4월 미국 네바다 공장에서 연간 5만대 생산을 목표로 세미 양산을 시작했다. 세미는 미국 상용차 시장에서 가장 큰 등급인 클래스-8 트럭으로, 북미 내륙 물류의 간선 운송을 담당하는 차량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디젤 엔진이 사용돼 왔다.

대형 트럭의 전동화가 어려웠던 가장 큰 이유는 배터리 무게 때문이다.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전기트럭을 만들려면 수 톤에 달하는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해 적재량 감소와 에너지 효율 저하가 발생한다.

때문에 친환경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시장 전환은 제한적이었다.

테슬라는 세미에 822kWh급 고전압 배터리와 1000V 전기 아키텍처를 적용하고, 3개의 독립 구동모터를 탑재했다. 경쟁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대신 에너지 밀도가 높은 3원계 4680 배터리를 채택해 차량 중량을 크게 줄였다.

여기에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차체 설계와 부품 경량화를 통해 만재 상태에서도 1.7kWh/마일 수준의 에너지 효율과 최대 500마일(약 805km)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충전 성능도 상용 운송 환경에 맞춰 설계했다. 테슬라의 초고속 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약 3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60%를 충전할 수 있다. 이는 미국 연방자동차운송안전청(FMCSA)의 운전자 의무 휴식시간과 유사한 수준으로, 기존 디젤 트럭과 비슷한 운행 패턴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테슬라측 설명이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다. 테슬라 자체분석에 따르면 세미의 차량가격은 약 29만달러로 디젤 트럭보다 비싸지만 전기요금과 정비비가 크게 낮아 누적 주행거리 약 31만9000마일(약 51만3000km)을 넘어서면 총소유비용 기준으로 디젤 트럭보다 유리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실제 시장 성공 여부는 아직 검증단계다. 배터리와 구동계 내구성, 정비 네트워크 구축, 차량 고장시 운행 중단에 따른 비용 부담 등이 해결 과제로 꼽힌다.

또 장거리 운전자들이 차량 내부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침대 공간이 없는 데이캡(Day Cab) 구조와 중앙 운전석 배치도 사용성 측면에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BYD·윈드로즈 가세로 불붙은 전기트럭 시장 = 업계는 테슬라 세미의 성과가 단기적으로는 북미시장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상용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중국 BYD가 클래스-8 전기트럭을 미국 현지에서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중국 스타트업 윈드로즈도 미국 시장 진출에 나섰다. 수소전기트럭(FCEV) 수소 내연기관(HICEV)과 경쟁하던 친환경 상용차 시장에서 배터리 전기트럭(BEV)이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호중 자동차연구원 산업조사실장은 “물류비 절감과 탄소배출 감축 효과는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며 “한국 역시 국내 화물 수송의 92.7%가 도로 운송에 의존하고 있어 트럭 운행비 절감이 제조업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트럭과 버스는 전체 차량의 8% 미만이지만 도로수송 부문 이산화탄소 직접 배출량의 35% 이상을 차지해 중대형 상용차 전동화는 물류 혁신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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