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63년 만에 헌법기관 지위 흔들리나
여 “개헌 통해 견제받을 수 있도록 전면 개편”
일본 미국 영국 독일 등 헌법 아닌 법률 기구
선관위법 개정해 감사위원회 설치, 견제 시도
법관 중심 비상임 명예직 선관위원장 체제도 수술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일으킨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대수술이 예고됐다. 법률뿐만 아니라 헌법까지 고치는 대규모 제도개선이 추진될 전망이다. 선관위의 헌법기관 지위가 검토 대상에 올랐다. 또 선관위를 견제할 수 있는 감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법관 중심의 비상임 선관위원장 임명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8일 민주당은 헌법기관으로 누려왔던 선관위의 독립적 지위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전날 “선관위가 독립기관으로서 감시와 견제의 원리가 작동되고 있는지, 안 되면 개헌을 통해서라도 견제받을 수 있도록 검토하고 전면 재구성까지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국가 5부 요인으로 규정된 이유는 선관위가 행정부·입법부·사법부와 마찬가지로 그에 상응하는 권한과 의무, 책임을 지닌 독립기관이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독립기관은 존재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1960년 3.15 부정선거 이후 4.19 혁명을 거쳐 탄생한 제2공화국에서 내무부의 선거관리 업무는 헌법 개정으로 독립적인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겨졌고 박정희정권에서 사라지기도 했지만 1963년 헌법 개정으로 부활했다. 하지만 63년 만에 헌법기관 지위를 상실하고 감사원이나 외부 견제를 받는 독립기구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에서는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하여 선거관리위원회를 둔다’, ‘(선관)위원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파면되지 아니한다’며 신분을 보장하고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못 박아 놨다. 정부와 여당은 이같은 헌법기관으로의 지위를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관위가 헌법기관인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필리핀 인도 오스트리아 인도네시아 남아공 등이며 법률기관인 국가는 일본 독일 미국 호주 영국 스페인 등이다.
또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이나 선거관리위원회법을 개정해 외부 인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의 견제, 독점적 선거 관리 차단, 비상근 법관 출신 선거관리위원장의 무책임한 구조 등을 뜯어 고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선관위에 대한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도 함께 논의해 주시길 요청 드린다”고 했고 한 원내대표는 “원내 선거제도 개혁 TF를 구성하고 공직선거법, 선거관리위원회법 등 모든 관련 법률을 전면적으로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
22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은 감사위원회 설치, 중앙선관위원장 상임 전환, 대법원장에 의한 중앙선관위원장과 각급 선관위원장 지명 차단, 법관 중심의 선관위원장 임명 제한, 중앙선관위원회 사무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등을 명시하는 방안을 담은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행안위 전문위원실은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현재 법률상 근거 없이 규칙에 따라 설립·운용하고 있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중립성,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여 감사위원회를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법률적 내부 통제장치로 기능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하지만 선관위는 감사위원회 운영과 관련해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앞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위원회 심의 사항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의사결정과정을 포함할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규정한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중앙선관위는 선관위원장이 법관들로만 돼 있고 비상임으로 명예직에 그쳐 사실상 선관위 내부는 통제받지 않은 채 사무총장에 의해 직원들끼리 운영돼 왔다”며 “국회에서도 공직선거법 등에서 중앙선관위의 권한을 확대하는 쪽으로 개정해왔다는 점에서 반성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다. “권한은 커지고 책임과 견제가 없는 선관위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