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호조가 악재”…AI랠리 흔들
연준 금리 인상론이 AI 거품 꺼트리나 … 반도체주에서 1조달러 이상 증발
로이터는 8일(현지시간) 경기 확장이나 주식투자 열풍은 단순히 오래됐다는 이유로 끝나지 않으며, 거품이 꺼지려면 촉매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현재 AI 붐을 꺼뜨릴 촉매는 금리 상승일 수 있다고 짚었다. 경제학자 루디 돈부시가 “오래된 경기 확장은 Fed가 끝낸다”고 말한 것처럼, 이번에는 연준이 미 증시의 AI 랠리를 흔드는 주된 변수가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 미국 증시는 강한 고용지표에도 급락했다. 나스닥지수는 4% 넘게 떨어져 지난해 4월 해방의 날 관세 혼란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10% 급락했다가 8일 6% 반등했다. 5일 낙폭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하락률이자, 1994년 지수 출범 이후 네 번째로 큰 수준이다. 올해 들어 거의 두 배 오른 SOX의 급락으로 충격은 더 컸다. 이날 미국 증시 시가총액은 약 2조달러 증발했고,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반도체주에서 사라졌다.
증시 급락의 직접적 계기는 경기 둔화 신호가 아니라 예상을 크게 웃돈 고용지표였다. 미국의 5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은 17만2000명으로 시장 예상치의 두 배에 달했다. 앞선 두 달의 고용 증가 폭도 대폭 상향 조정됐다. 통상 강한 고용은 소비와 기업 이익에 긍정적이지만, 이번에는 금리 인상을 부를 수 있다는 악재로 해석됐다.
블룸버그는 8일 찰스스왑 금융리서치센터 채권전략 책임자 콜린 마틴을 인용해 “Fed의 금리 인상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물가 압력이 지속되고 노동시장이 견조한 상황만 놓고 보면 지금 당장 금리 인상을 주장할 수도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5년째 고공행진 중이고, 최근 흐름도 물가 안정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지난주 고용지표 이후 미 국채 금리는 상승했고, 시장은 연말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가능성을 거의 전부 반영했다.
AI 투자 열풍을 둘러싼 과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알파벳 등 4대 하이퍼스케일러의 2025~2030년 설비투자 규모를 5조3000억달러로 전망했다. 1분기 실적 발표 전 4조5000억달러보다 8000억달러 늘어난 수치다.
스페이스X, 앤스로픽, 오픈AI의 기업공개는 세 회사 합산 기업가치가 4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스페이스X의 2025년 매출은 200억달러에 못 미쳤고, 오픈AI의 연율 환산 매출은 200억달러를 간신히 넘었다. 앤스로픽의 올해 1분기 매출도 50억달러에 못 미쳤다.
개별 종목의 급등도 포모(FOMO·기회 상실 우려) 거래 우려를 키운다. 시가총액 1000억달러 규모의 마벨 테크놀로지는 2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이 회사가 곧 1조달러 기업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뒤 지난주 하루 만에 33% 뛰었다. 씨티 시장전략가들은 글로벌 약세장 점검표에서 18개 지표 중 글로벌 기준 10개, 미국 기준 11.5개 경고등이 켜졌다고 경고했다.
마틴은 연준이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는 장기 관망에 나설 것으로 봤다. 다만 완화 쪽으로 기운 정책 기조를 중립으로 바꿀 수 있고, 전면적인 인상 사이클보다는 한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보는 수준이라고 예견했다. AI 랠리가 낮은 금리와 완벽한 성장을 전제로 달려온 만큼, 금리가 다시 오르는 국면은 시장을 흔드는 강력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