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시장, 침체보다 회복에 무게
5월 일자리 17만2000명 증가
‘낮은 채용·낮은 해고’ 흔들려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강한 흐름을 보이며 경기침체 우려를 낮추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미국 노동시장은 기업들이 사람을 적극적으로 뽑지도, 대규모로 내보내지도 않는 ‘낮은 채용·낮은 해고’ 상태로 평가됐다. 그러나 최근 지표들은 이 불안한 균형이 조금씩 채용 회복 쪽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노동부는 5일(현지시간) 5월 비농업 일자리가 17만2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업률은 4.3%로 전월과 같았다. 시장 예상치가 8만개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고용은 뚜렷하게 예상을 웃돌았다. 4월 일자리 증가폭도 17만9000개로 집계돼 두 달 연속 견조한 흐름이 이어졌다.
로이터 칼럼니스트 제이미 맥기버는 고용보고서 발표 전부터 미국 노동시장이 “전환점을 지났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1~4월 월평균 일자리 증가폭은 7만6000개로 역사적으로 강한 수준은 아니지만, 지난해 월평균 1만개 미만과 비교하면 뚜렷한 개선이라는 것이다. 노동공급 증가세가 둔화된 상황에서는 실업률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일자리 증가폭도 크게 낮아졌다.
이 때문에 이번 수치는 단순한 호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과거 같으면 월 8만~10만개 수준의 일자리 증가는 고용 둔화 신호로 받아들여졌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민 단속 강화 등으로 노동공급이 줄어든 지금은 같은 숫자도 다르게 해석된다. 실업률을 안정시키는 데 필요한 일자리 증가폭이 낮아진 만큼, 17만2000개 증가는 미국 노동시장이 여전히 버티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종별로는 레저·숙박, 지방정부, 의료 부문이 고용 증가를 이끌었다. 반면 금융 부문 고용은 줄어 업종별 온도 차는 남아 있다.
중요한 점은 이번 고용 회복이 아직 임금발 물가 압력으로 번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미국의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주된 원인은 임금이 아니라 에너지 충격과 관세, 공급 측 요인이라고 짚었다. 평균 임금 상승률은 몇 년째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복잡한 환경을 만든다. 고용이 무너지지 않는다면 연준이 금리를 서둘러 내릴 명분은 줄어든다. 그러나 임금이 물가를 다시 밀어올리는 전형적인 과열 국면도 아니다. 고용은 살아나지만 물가 압력은 주로 공급 충격에서 오는 상황이다.
물론 낙관만 하기는 이르다. 미국 전직 지원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가 집계한 5월 기업 감원 발표는 9만7000명으로, 2020년 이후 같은 달 기준 가장 많았다. 감원 발표가 실제 해고로 모두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의 고용 심리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경고 신호로 볼 수 있다. 인공지능 확산이 실제 고용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5월 고용보고서는 미국 경제가 아직 침체 쪽으로 꺾이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난해의 부진한 고용 흐름과 비교하면 변화는 분명하다. 노동시장의 회복이 몇몇 업종에 그치지 않고 더 넓게 확산되는지, 그리고 실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지가 관건이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