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진단치료 혁신
한국형 알츠하이머 진단·치료 플랫폼 구축 시동
혈액·뇌파·뇌혈류·AI·초음파 치료 결합 … 5개 기관 컨소시엄, 조기선별부터 치료·예후 예측까지 통합관리 예고
알츠하이머병은 고령화 사회가 직면한 가장 큰 보건의료 과제 중 하나다. 국내 치매 환자는 이미 100만명 수준에 근접했고,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수천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현재 의료현장에서 알츠하이머 진단은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 MRI, 뇌척수액 검사 등 고비용 검사에 의존하고 있으며, 치료 역시 레켐비(레카네맙), 키순라(도나네맙) 등 항체치료제가 중심이다. 문제는 높은 비용과 제한된 대상 환자, 뇌출혈·뇌부종 등의 부작용 우려로 인해 실제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딥슨바이오 △브레디스헬스케어 △비웨이브 △오비이랩 △고려대 뇌공학팀이 손을 잡았다. 이들은 각자의 기술을 결합해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 효과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궁극적으로 개인 맞춤형 질환 관리까지 가능하게 하는 ‘한국형 알츠하이머 진단·치료·관리 통합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들 5개 기관 대표 및 교수 등이 5일 내일신문 본사 회의실에 모여 관련 현황을 나눴다.
전문가들은 이번 컨소시엄의 궁극적인 목표가 단순한 진단기기 개발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동혁 딥슨바이오 대표는 “지금까지는 인지기능이 떨어진 뒤에야 치매로 진단했다. 앞으로는 병리 변화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관리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라며 “암 검진이 조기 발견 중심으로 발전한 것처럼 알츠하이머도 예방과 조기 치료 중심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이 3000만원 수준이고 국가 전체 부담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조기 진단과 조기 개입이 가능해지면 사회적 비용 절감 효과도 매우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이번 컨소시엄은 ‘누가 알츠하이머인가’를 찾아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혈액 바이오마커 △뇌파 △뇌혈류 △초음파 치료 △AI 분석을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해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에 답하려는 시도다. 연구실에 머물던 기술을 실제 의료현장으로 끌어내려는 한국형 알츠하이머 통합 플랫폼의 실험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진단 체계는 크게 인지기능 평가와 PET 기반 아밀로이드 베타 확인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인지기능 검사는 학습효과와 주관성이 있고, PET 검사는 비용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증상이 나타난 이후에야 본격적인 관리가 시작된다는 한계가 있다.
컨소시엄이 제시하는 모델은 다르다.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부터 위험군을 찾아내고, 혈액과 생체신호, 뇌혈류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진행 여부를 추적한다. 이후 치료를 시행하고 그 효과를 다시 객관적 데이터로 평가하는 구조’다. 이는 암 진료가 말기 암 치료 중심에서 조기검진 중심으로 이동한 것과 유사한 변화다.
특히 컨소시엄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 기술이 아닌 ‘환자 여정’ 중심으로 기술이 배치된다는 점이다. △조기 선별 △병리 확인 △치료 △치료반응 평가 △장기 추적관리 △AI 기반 예후 예측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딥슨바이오 “치료의 축 담당” = 주관기관인 딥슨바이오는 저강도 다중 초음파(M-LIPUS)를 이용한 치료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항체치료제가 아밀로이드 베타에 직접 결합해 제거하는 방식이라면, 딥슨바이오는 뇌의 글림패틱(Glymphatic) 시스템을 활성화해 노폐물 배출을 촉진하는 접근법을 제시한다.
글림패틱 시스템은 뇌척수액 흐름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 등 노폐물을 제거하는 뇌의 청소 시스템이다. 알츠하이머 환자는 이 시스템이 저하되면서 노폐물이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딥슨바이오는 저강도 초음파를 이용해 이 흐름을 회복시키는 치료기기 ‘뉴클레어(Neuclare)’를 개발 중이다.
자료에 따르면 탐색임상에서 시각적 주의력·처리속도(TMT-A)는 19.9%, 인지유연성·작업 전환 능력(TMT-B)는 약 24% 개선됐으며 중대한 안전성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히 항체치료제가 대상 환자가 전체 치매 환자의 5% 내외로 제한되는 반면, 초음파 치료는 훨씬 넓은 환자군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브레디스헬스케어 “혈액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 위험도 평가” = 브레디스헬스케어는 혈액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알츠하이머의 생물학적 진단과 치료 모니터링 분야를 담당한다. 이 회사는 pTau217, GFAP, NfL 등 알츠하이머 핵심 바이오마커를 초고감도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알츠하이머 확진을 위해서는 PET 검사나 뇌척수액 검사가 필요하지만, 비용과 접근성 문제로 대규모 선별검사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면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반복 검사가 가능하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와 알츠하이머협회(NIA-AA)도 최근 혈액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생물학적 진단 체계를 제시하며 진단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브레디스헬스케어는 치료 대상 환자 선별뿐 아니라 치료 반응 평가와 질병 진행에 따른 분자병리 변화를 정량적으로 추적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 쉽게 말해 “질병 치료 이후 병리가 실제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혈액으로 확인하는 역할이다.
◆비웨이브 “뇌파와 맥파로 인지기능 측정” = 비웨이브는 EEG(뇌파)와 PPG(맥파)를 이용한 디지털 바이오마커 기술을 제공한다. 대표 제품인 ‘마음결 베이직’은 2채널 EEG와 PPG를 측정해 AI가 두뇌 건강 상태를 분석한다. 20년 이상 축적된 뇌파 연구 경험이 기반이다.
기존 인지기능 평가는 검사자와 환자의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반면 EEG·PPG 기반 평가는 객관적 생체신호를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비웨이브는 이를 통해 치매 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고 치료 이후 뇌 기능과 자율신경 기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병원 방문 이전 단계에서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 기반 치매 예방 모델의 핵심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오비이랩 “실시간 뇌혈류와 산소포화도 추적” = 오비이랩은 근적외선분광법(fNIRS)을 활용해 뇌혈류와 산소포화도를 측정한다. PET나 MRI가 고가의 고정형 장비라면, 오비이랩의 기술은 휴대형 장비를 통해 실시간으로 뇌 기능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휴대형 fNIRS 장비로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임상 및 연구 데이터를 확보한 플랫폼 중 하나로 꼽힌다.
48채널 고해상도 fNIRS 시스템을 활용해 전전두엽의 혈류 반응과 산소대사 변화를 측정할 수 있으며 치료 전후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뇌가 실제로 얼마나 활성화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기능적 지표 역할을 한다. 혈액검사가 분자 수준의 변화를 보여준다면, 오비이랩은 뇌 기능 수준의 변화를 보여주는 셈이다.
◆고려대 뇌공학팀 “모든 데이터를 AI로 통합” = 컨소시엄의 마지막 축은 고려대 뇌공학팀이다. 혈액 바이오마커, EEG·PPG, fNIRS, MRI, PET, 인지기능 검사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AI 플랫폼을 개발한다.
알츠하이머는 단일 검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 질환이다. 따라서 다양한 모달리티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해야 정확한 예후 예측이 가능하다. 고려대는 머신러닝 기반 분석을 통해 질병 진행 예측, 치료 반응 예측, 환자 분류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결국 AI는 각 기업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하나의 결과지로 통합해 의사와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5년 후 치매 진료 풍경이 달라질 전망 = 성공적으로 연구를 완료할 경우 환자는 병원에 가기 전에 지역 검진센터나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EEG·PPG 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위험도를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보다 정밀한 검사와 치료를 받고 이후에는 반복적인 혈액검사와 뇌기능 측정을 통해 상태를 관리하게 된다.
이는 현재처럼 증상이 나타난 뒤 대형병원에서 PET를 찍고 항체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과는 전혀 다른 구조다. 무엇보다 반복 MRI, 고가 PET 검사 의존도를 줄이고 보다 많은 환자를 조기 단계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동일 환자군 기반 대규모 공동임상, 데이터 표준화, AI 검증, 식약처 인허가, 보험수가 확보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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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발견-치료-모니터링-예측” 하나의 생태계로 = 이번 컨소시엄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여러 기업의 기술을 모아 놓은 데 있지 않다. 각 기관이 가진 기술을 환자의 질병 진행 단계에 맞춰 연결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 중심 협력 모델과 차별화된다.
이동혁 딥슨바이오 대표는 “과거에는 알츠하이머를 조기에 진단해도 실제로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항체치료제와 새로운 치료기술들이 등장하면서 조기 발견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환자의 상태를 더 빨리 찾아내고, 상태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필요한 시점에 치료를 연결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현재 항체치료제가 전체 치매 환자의 약 5% 정도만 적용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점을 언급하며 “혈액 바이오마커, 뇌혈류, 뇌기능 측정 기술과 초음파 치료를 결합하면 지금보다 훨씬 넓은 환자군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섭 딥슨바이오 수석연구원은 접근성 개선을 컨소시엄의 핵심 가치로 꼽았다. 그는 “알츠하이머 진단과 치료는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PET 검사와 반복 MRI 촬영이 필요하고 환자와 보호자의 시간적·경제적 부담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플랫폼은 안전한 비침습적 기술을 활용해 대형병원이 아닌 동네 의원이나 지역 의료기관에서도 조기 선별과 치료 관리가 가능하도록 접근성을 혁신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치료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춤으로써 치료의 기회로부터 소외되는 환자 없이 더 많은 이들에게 보편적인 의료 혜택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혈액으로 병리 찾고, 뇌파로 기능 보고, 뇌혈류로 치료효과 확인” = 브레디스헬스케어는 알츠하이머 진단 패러다임이 이미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황현두 브레디스헬스케어 대표는 “기존에는 인지기능 저하가 확인된 이후 PET 검사 등을 통해 원인을 찾는 방식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국제 가이드라인은 혈액 바이오마커를 활용해 알츠하이머 병리를 보다 조기에 평가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인지기능 저하를 단순한 임상 증상으로만 평가하는 것을 넘어, 그 기저에 있는 분자병리와 질환 원인을 조기에 찾아내는 것”이라며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병리적 변화를 포착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웨이브는 환자가 병원에 오기 전 단계의 조기 선별에 주목하고 있다. 이승환 비웨이브 대표는 “현재 항체치료제는 비용이 높고 적용 대상도 제한적”이라며 “앞으로는 병원 방문 이전 단계에서 뇌파와 생체신호를 활용해 위험군을 계층화하고 필요한 사람만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는 체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AI가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해 환자별 위험도와 적합한 치료 방향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비이랩 역시 조기 선별과 반복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윤한석 오비이랩 대표는 “PET나 MRI는 비용과 접근성의 한계가 있지만 fNIRS 기반 뇌혈류 측정은 휴대성이 높고 반복 측정이 가능하다”며 “개인 맞춤형 치료와 치료 효과 모니터링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 환자 모두에게 PET를 찍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혈액 바이오마커와 뇌기능 측정을 활용한 사전 스크리닝이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다섯 기술을 하나의 결과지로 묶는다” = 컨소시엄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 통합이다. 박보용 고려대 뇌공학팀 교수는 “연구 현장에서는 수많은 바이오마커와 진단기술이 발표됐지만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는 사례는 많지 않았다”며 “이번 컨소시엄의 강점은 각각의 기술을 동일 환자군에서 검증하고 AI로 통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MRI, 혈액 바이오마커, EEG, 뇌혈류 데이터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프레임워크 안에서 연결돼야 한다”며 “질병 진행 예측과 치료반응 예측이 가능한 정밀의료 모델 구축이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컨소시엄은 향후 AI 기반 통합 분석 플랫폼을 구축해 각 기관이 생산한 데이터를 하나의 결과지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자는 혈액검사와 뇌파 측정, 뇌혈류 평가 등을 받고 AI는 이를 종합해 위험도와 예후를 분석한다. 의료진은 이를 바탕으로 항체치료제, 초음파 치료, 생활습관 개선 프로그램 등 최적의 치료 전략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