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규모도 ‘오락가락’
67곳서 140곳으로 … 선관위 뒤늦은 실태 파악
수사 본격화·문책 인사 … 운영 부실 논란 확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모가 선관위 발표 때마다 커지고 있다. 경찰 수사와 선관위 조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휴직 증가와 문책성 인사까지 이어지며 선관위 운영 전반에 대한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1만4288개 투표소 가운데 투표용지 부족이 예상돼 추가 용지를 송부한 곳이 140곳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5일 발표한 67곳보다 73곳 늘어난 수치다.
지역별로는 서울 53곳, 경기 36곳, 인천 18곳, 부산 9곳, 대구 7곳, 경남 5곳, 전남 4곳, 울산 3곳, 강원 2곳, 충북·전북·경북 각 1곳이었다.
추가 송부된 투표용지가 실제 사용된 투표소도 91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5일 발표보다 41곳 늘었다.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는 26곳으로 확인됐다.
◆진상규명위원회 구성 … 경찰 수사도 본격화 = 선관위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해 10일부터 19일까지 ‘투표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를 운영한다.
위원회는 시민단체·법조계·언론계·학계 추천 인사 6명으로 구성됐으며,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조현욱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는다.
위원회는 투표용지 인쇄와 배정, 수급관리 체계는 물론 투표소 운영과 보고 체계의 적정성까지 조사할 계획이다. 투표용지 부족 현상이 추가로 있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이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고발장을 제출한 김순환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사무총장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선거 종사자와 공무원, 인쇄업체,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등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기초 조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만큼 조만간 선관위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검찰청도 공공수사부를 중심으로 합동수사본부 구성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수사 쟁점은 투표용지 인쇄 물량 산정 기준과 예비물량 배정 과정의 적정성, 사전투표율 상승에 대한 예측 오류 여부 등이 될 전망이다. 투표 중단 상황에서 유권자 안내가 적절하게 이뤄졌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직무유기나 직권남용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단순한 업무상 과실이 아니라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직무를 방기하거나 권한을 남용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늘어난 휴직자 … 운영 논란 확산 =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선관위의 인력 운영 문제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선관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둔 지난 5월 휴직자는 181명으로 전체 정원 3034명의 6% 수준이었다. 지난해 말 148명이던 휴직자는 올해 1월 164명으로 늘어난 데 이어 선거 직전 다시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대선·지방선거, 2024년 총선, 2025년 대선 등 전국 단위 선거 때마다 휴직자가 늘어나는 흐름이 반복됐다.
선관위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휴직 자제를 요청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직접 원인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인력 운영 문제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관위는 이날 조직 문책성 인사도 단행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의 지명 해제를 통보하면서 위철환 상임위원이 위원장 직무를 대행하게 됐다. 허철훈 사무총장도 면직됐으며 강동완 사무차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선관위는 선거정책실장과 선거1국장도 9일자로 직위 해제하기로 했다.
한편 이번 사태는 선거 당일인 지난 3일 서울 송파구 등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하지 못하고 돌아가면서 불거졌다. 진상규명위원회 조사와 수사 결과에 따라 선관위 책임 범위와 추가 문책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