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습책 공방
국정조사 ‘속도’…특검 ‘신경전’…재선거 ‘제각각’
여야, 각각 국조 요구서 제출 … 한병도 “다음 주 본회의 의결”
장동혁 “특검밖에 답 없어” 조승래 “대통령 수사 대상 부적절”
장 “전국 재선거” 오세훈 “당락 바뀔 위법 아니면 재선거 안 돼”
여야는 9일 제각각 제출한 국정조사안을 놓고 논의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전날 당 소속 의원 161명 전원 명의로 국정조사 요구안을 제출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이번 주 즉각 본회의를 개최해 (투표용지 부족) 국정조사 계획서를 보고하겠다”며 “다음 주 본회의에서 곧장 의결해 최단기간 내 특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전날 당 소속 의원 110명 전원 명의로 국정조사 요구안을 냈다. 여야 모두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다만 여야의 국정조사안은 각론에서 의견차가 드러난다. 국민의힘은 국조특위를 여야 9명씩 동수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의석 비율대로 위원을 선임하자고 주장한다. 한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정쟁거리로 만들어 또다시 국민의 혼란과 분란을 조장한다”며 “국정조사 대상에 대통령과 청와대를 넣으라고 주장한다. 대체 뭐 하자는 건가”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 범위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유권자 참정권 침해 규모 전수 조사 및 선거 효력 관련 사항 △투표 종료 전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 경위와 선거 효력에 관한 사항 등을 넣었다. 재선거를 염두에 둔 조항으로 해석돼 민주당의 반응이 주목된다.
특검 도입을 놓고는 원론적인 공감대만 형성됐을 뿐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9일 기자회견에서 인천 지역 투표 결과와 관련 “송도 1동과 송도 2동 관내 사전투표에서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와 박찬대 민주당 후보의 득표수가 완전히 일치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확률이 5억9000만분의 1”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결국 특검밖에 답이 없다. 당장 특검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특검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각론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8일 “선거 관리 부실 문제라면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도 “선관위와 무관한 대통령과 청와대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하자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특검 수사 대상에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포함시키려 한다고 보고, 이를 경계한 것이다.
재선거 여부를 놓고는 여야 관계자들의 입장이 제각각인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당 지도부가 전면 재선거에 무게를 실었다. 장 대표는 9일 “이번 참정권 박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결국 전국 재선거밖에 없다”며 “지금 드러난 것만 하더라도 저는 충분히 재선거 사유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민수·조광한 최고위원 등도 전날 전면적 재선거에 방점을 찍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현실적인 참정권 침해가 있었던 것이 명백한 지역 즉, 실제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지됐던 투표소에 한정해 재선거를 실시하는 선별적 재선거를 주장한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재선거 주장에 신중한 기류다. 김한규 수석부대표는 “(재선거 여부는) 정치권이 임의로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소청과 법원 소송절차를 존중하고 그런 절차가 신속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재선거 당사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재선거가 다시 열리기를 원하는 정치인들도 일부 있을 것으로 본다. 정치공학적인 이해관계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공직선거법에는 선거 행정 절차상의 하자가 당락을 바꿀 만한 중대한 위법이 아니라면 전면적인 재선거는 치를 수 없도록 엄격하게 명시되어 있다”며 재선거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중진 권영세 의원도 9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전면 재선거를 바로 목표로 제시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