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헌법 시스템 문제”…선관위 겨냥

2026-06-09 13:00:10 게재

취임 1주년 회견서 “주권 행사 근본 문제” 규정

4부 요인 회동 열고 진상규명·제도개선 추진

이재명 대통령이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언급하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개혁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국민 주권 행사와 민주주의를 위협한 심각한 사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견제받지 않는 독립기관 선관위의 현재 지위는 물론 운영 체계 전반을 놓고 수술대에 올릴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투표지 부족 사태에 대해 “첨단 대한민국, 모범적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명성을 한순간에 깡그리 망가트렸다.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애초에는 이번 사태를 ‘둔감하게’ 받아들였다가 청년들의 문제제기 덕에 새로운 시각으로 사태를 들여다봤음을 인정했다.

이 대통령은 “사실 저는 ‘뭐 열 몇 명이 투표를 못했다고 하는데 투표 결과에 영향도 없고’라고 생각한 측면이 없지 않다. (선관위가) 한심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까지는 접근을 못 했다”면서 “많은 청년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을 보면서 (중략) 이게 몇 표나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에 관한 문제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 행사에 관한 근본의 문제라고 제기한 것에 대해서 많이 반성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선관위에 대해선 “오후 2시부터 투표용지 부족 문제가 제기됐는데도 대책 없이 방치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일부러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선관위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기관 운영상의 문제가 아닌 ‘헌법 시스템의 문제’로 규정했다. 그는 “헌법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독립기관의 문제인 만큼 정부 혼자 판단하기보다 주요 헌법기관들과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조정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조희대 대법원장 등 4부 요인들과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헌법 시스템의 문제가 감지된 만큼 시스템을 구성하는 입법·행정·사법부 등 다른 헌법기관들이 함께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긴급회동에 참석한 4부 요인들은 참정권 침해를 야기한 투표지 부족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진상 규명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이날 이 대통령의 4부 요인 회동 결과 브리핑에서 “참석자들은 수사나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관계자들에게는 행정적·법적 책임을 엄정하게 묻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선거관리 대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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