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지선 책임론에 계파 갈등 달아올라

2026-06-09 13:00:17 게재

정 대표 연임 도전 놓고 반청계·당권파 갈등

계파 다툼 반복 … 공천권 건 전면전 불가피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경쟁이 ‘6.3 지방선거’ 책임론과 맞물려 거센 계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을 놓고 ‘친청(친정청래) 당권파’와 ‘반청계’ 의원 간의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보는 민주당 지도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한병도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8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생중계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이번 전당대회는 2030년 대선을 향한 징검다리이자 2028년 총선 공천권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인 만큼, 당내 헤게모니를 둘러싼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민주당이 차기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8월 17일 열기로 했다. 조승래 민주당 사무총장은 8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전당대회는 8월 중 하되 가장 이른 시일인 8월 17일 진행하는 것에 공감대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당초 9월 전당대회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2024년 전당대회(8월 18일) 일정 등을 감안해 8월 중순 개최로 뜻을 모은 것이다. 당대표 후보가 4명 이상이면 예비경선을 치른 뒤 본경선을 진행하기로 했다.

정청래 대표의 연임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김민석 총리, 송영길 의원이 경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X·옛 트위터)를 통해 “제 다음 임무는 유능한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6.3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통해 여의도에 복귀한 송영길 의원 역시 지선 직후인 4일 “당 대표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정 대표의 거취를 예의주시하며 출마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당권 주자들의 행보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과 맞물려 계파별 견제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비당권파인 이언주 수석최고위원이 최고위원직 사퇴를 표명하고, 친청계는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집안싸움 구도가 형성됐다. 이언주 수석최고위원은 8일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한 주요 격전지에서 민심을 충분히 얻지 못했다. 지방선거 결과에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지도부가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이 의원이 처음으로, 지도부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염태영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6.3 지방선거는 사실상 민주당의 쓰라린 패배”라며 “2021년 보궐선거 참패 때 최고위원으로서, 지도부 전원과 함께 즉각 사퇴했던 일을 상기해본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정 대표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대표가 지난 5일 지방선거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지방선거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백서 발간이 자칫하면 면피용이 될 수도 있다”며 “정청래 대표가 책임을 져야 된다”고 날을 세웠다. 지방선거 책임론을 들어 정 대표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친청계 의원들은 지도부 책임론에 반박하며 정 대표에 대한 방어 입장을 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선거 평가를 둘러싼 공방, 이게 선거 진행 과정에서도 벌어졌던 일들”이라며 “냉정히 보면 여러 목소리가 단결하지 못해 패배라 할 수 있는 아쉬운 결과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선거 기간 중 당에서 제명된 무소속 김관영 전북지사 후보를 옹호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송영길 의원을 향해 “선거 과정에서 언행은 무책임한 발언이고, 중대한 해당 행위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최민희 의원은 이언주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 입장과 관련 “추워져야 소나무와 전나무의 절개를 알게 된다”면서 “책임 있게 지도부로서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고 썼다. 물론 민주당 전당대회 전후로 계파 갈등이 폭발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5년간 민주당 전당대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큰 선거 직후 치러진 전당대회는 예외 없이 극심한 계파 갈등의 온상이었다. 선거에 대한 평가가 당권의 향배를 가를 무기로 변질되면서 당이 쪼개지는 홍역을 치러 온 것이다.

2021년 5월 전당대회에서는 4.7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쇄신 방향을 두고 친문 주류 핵심인 홍영표 후보와 비주류 송영길 후보 간 치열한 당권 경쟁이 벌어졌다. 2022년 8월 전당대회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나 대선과 지방선거 연패 직후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기소 시 당직을 정지하는 ‘당헌 80조 개정’ 여부를 두고 당내 내홍이 격화되었다. 2024년 8월 전당대회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최고위원 선거 막판에 이른바 ‘명팔이’(이재명 팔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 안에서는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여당내 기존 친명그룹의 분화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2028년 총선 공천을 계기로 당권주자 중심의 계파 지형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당권주자 및 최고위원 후보간의 합종연횡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친청·반청을 기본 구도로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군이 윤곽을 드러내면 수면 아래 숨겨져 있던 갈등이 전면으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계파 갈등이 전면으로 부상하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민주당 당권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며 “총선 패배(하고) 정권 재창출 못 하면 다 죽는다. 조용한 전당대회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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