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결제·보험금 지급도 ‘코인’으로

2026-06-09 13:00:35 게재

에이온, 스테이블코인 실험 성공

글로벌 유명 보험중개사 최초

글로벌 유명 보험중개법인인 에이온(Aon)이 보험료 결제는 물론 자금 정산 과정에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그동안 보험사나 재보험사 등 보험업계에서 유사한 실험을 진행한 적은 있지만, 글로벌 대형 보험중개사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업무에 적용해 검증한 것은 에이온이 처음이다.

9일 보험연구원 등에 따르면 에이온은 지난 3월 코인베이스 팍소스 등 디지털자산 금융 인프라 기업들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정산 방식을 적용한 보험계약 개념검증(PoC)을 실시했다.

이번 실험은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보험료 정산 방식을 실제 보험 계약에 제한적으로 적용해 보고 이러한 디지털 자산 결제 방식이 기존의 법정통화처럼 보험 서비스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기획됐다.

실험에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USDC’와 페이팔이 발행한 ‘PYUSD’ 등이 활용됐다. 에이온은 특정 보험 상품 자체를 디지털화한 것이 아니라, 보험료 납부와 중개 자금 정산 등 오가는 현금 흐름의 과정에 블록체인 기반의 달러 연동 결제 기술을 적용했다.

에이온이 이 같은 실험에 나선 것은 디지털 자산을 통해 보험료 납부, 자금 정산, 보험금 지급 등의 행정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해서다. 특히 해상보험과 같은 국제 보험 거래에서는 보험계약자, 보험중개사, 원수보험사, 재보험사 등 여러 주체 사이에서 자금이 순차적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국 은행의 영업시간 제한, 중개은행 경유에 따른 수수료, 국가별 규제 등이 맞물려 자금 이동 속도가 크게 지체되곤 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결제와 동시에 24시간 실시간으로 자금이 이동하므로 글로벌 자금 흐름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고객들이 달러나 유로 등 법정통화 외에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새로운 결제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는 점도 이번 실험을 통해 확인됐다.

금융권과 블록체인 업계가 이번 실증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에이온의 실험이 지난해 미국에서 제정된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을 준수하며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니어스 법안은 지급결제용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규제하는 미국의 핵심 연방법이다. 종전에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보험사들이 자체 시나리오에 의존해 주먹구구식 검증을 해왔던 반면, 에이온은 성문화된 법과 제도 안에서 합법적인 실증을 마쳤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에이온은 “이번 스테이블코인 활용은 당장의 상용화가 아닌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한 개념검증 단계”라며 한발 물러서면서도, “향후 엄격한 관리체계와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를 전제로 관련 역량과 서비스를 규제 요건 및 고객 선택 원칙에 맞춰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팍소스의 재무 책임자인 아담 애커먼은 “이번 실증은 제도권 내의 규제 자산인 스테이블코인을 기업 재무 워크플로우에 직접 통합함으로써 더욱 효율적인 자본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스테이블코인은 먼 미래의 개념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이 오늘날 결제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즉시 쓸 수 있는 실질적인 도구”라고 강조했다.

보험연구원 강윤지 연구원은 “미국의 후속 규정 정비와 에이온의 추가 검토가 이어짐에 따라, 향후 글로벌 보험업계에서도 규제준수형 스테이블코인을 보험료 납부와 자금 정산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시도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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