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안정성·CP 평가’ 신뢰 하락
잦은 등급 변동에 롤러코스터 탄 신용등급
처음 도입된 ‘CP 평가 역량’ 낙제점 수준
“안정적인 평가로 시장 경고등 역할 해야”
최근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안정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인 신용평가 역량에 대한 신뢰도는 전년도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잦은 등급 변동 조정 등으로 인해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설문조사에 포함된 기업어음(CP) 평가 역량에 대한 신뢰도는 일반 신용평가에 비해 현저히 낮게 나타나, 단기자금 시장에서의 평가 신뢰도 제고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정확성·유용성 향상…안정성 하락 = 9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6년도 신용평가회사 역량평가’ 결과에 따르면 채권전문가들의 신용평가 역량에 대한 설문조사 만족도는 3.82점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신용등급 정확성은 3.82점으로 전년 3.81점보다 0.01점 올랐다. 예측지표의 유용성은 3.85점으로 지난해 3.82점에서 0.03점 상승했다. 반면 신용등급의 안정성 지표는 3.78점으로 전년 3.83에서 0.05점 떨어졌다.
금투협은 “정확성과 유용성 신뢰도는 향상됐지만 신평사들의 리스크 대응에 따른 등급 변동성 확대로 안정성 측면의 신뢰도는 오히려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평가는 크게 △신용등급의 정확성 부문 △신용등급의 안정성과 예측지표의 유용성 부문 등 2개 영역으로 나눠 진행됐다. 부도율, 등급 유지율 등 계량지표를 점수화하는 정량평가(50%)와 크레딧 채권 분석 및 운용 전문가 102명을 대상으로 한 정성평가 설문조사(5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일관성 없는 신용평가 지적 = 시장에서는 ‘안정성’ 측면의 만족도 하락을 우려했다. 신용등급의 안정성은 채권 투자자들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다.
하지만 신평사들이 기업들의 신용위험 변화를 반영해 등급 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등급 변동성이 예년에 비해 커졌다. 신용등급의 급격한 사후 조정이나 일관성 없는 평가 행태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단기자금시장 생명줄 ‘CP’ 신뢰도 평균 3.57점 = 더 큰 문제는 올해 처음 시행된 ‘CP 업무역량’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조사 결과, 전반적인 신용평가 역량 신뢰도가 3.82점을 기록한 것에 비해 CP 업무역량 신뢰도는 3사에 걸쳐 평균 3.57점에 그쳤다. CP 업무역량 평가는 CP 등급 변동과 CP 등급 적정성, CP 등급과 본 등급과의 일관성 부문으로 진행됐다.
설문 결과 NICE신용평가는 CP 등급 변동 적시성 측면에서, 한국기업평가는 CP 등급 평가 기준의 적정성과 부도 위험 등급 반영 측면에서 우수하다고 평가됐다.
하지만 3사 간의 역량 격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절대적인 만족도 수치는 낙제점 수준이다. .
금투협은 “신용평가 역량평가(3사 만족도 평균 3.82)에 비해 CP 업무역량에 대한 만족도 수준(3사 만족도 평균 3.57)이 상대적으로 낮게 형성됐다”며 “업계의 전반적인 개선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신용평가사들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고 입을 모았다. 대형 증권사의 한 채권 전문가는 “CP는 기업의 단기 유동성을 책임지는 핵심 자금 조달 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회사채 시장에 비해 CP 시장 및 평가 업무에 대한 전문가들의 신뢰가 이처럼 낮다는 것은, 단기자금 시장의 리스크를 신평사들이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시장의 불신을 의미한다”며 “신평사들의 뼈를 깎는 신뢰 제고 노력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강경훈 신평사 역량평가 평가위원장은 “현재 글로벌 금리 변동성과 중동 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이라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수록 정확한 정보 제공을 통한 투자자 보호가 중요한 만큼, 신용평가사들이 투명하고 시의적절한 평가를 통해 자본시장 안정에 기여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