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의존 줄인다…1~5월 판다 채권 ‘역대 최대’
전년 대비 90.3% 증가한 1365억위안 기록
저금리에 자금 조달처 다변화 움직임 영향
외국 정부와 국제 은행,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국내 채권 시장으로 대거 몰려들면서 올해 1~5월 판다 채권(외국기관이 중국 본토 역내 시장에서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액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국 당국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에 따른 저금리 기조, 채권 시장의 지속적인 개방, 그리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자금 조달처 다변화 움직임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신용평가기관 파이스트크레딧 자료를 인용해 2026년 1~5월 누적 판다 채권 발행액이 전년 동기 대비 90.3% 증가한 1365억위안(약 30조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 5월 한달간 발행 규모는 266억4000만위안(약 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46% 폭등했다. 이는 역대 5월 발행액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한달 동안에만 총 11개 기관이 14개의 판다 채권을 발행하며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이번 발행의 특징은 참여 기관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기존 글로벌 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외국 정부와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의 진입이 두드러졌다. 카자흐스탄 정부는 지난 5월 26일 사상 첫 판다 채권을 발행해 34억위안을 조달했다. 이에 앞서 5월 15일에는 파키스탄 정부가 17억5000만위안 규모의 지속가능발전 채권을 발행하며 남아시아 국가 최초로 중국 채권 시장에 진입했다.
이밖에 도이치방크, 모건스탠리, BNP파리바 등 글로벌 투자은행은 물론 폭스바겐, 헨켈 등 글로벌 기업도 발행 대열에 합류했다. 파이스트크레딧은 외국 정부의 잇따른 참여가 중국의 일대일로 국가 간 위안화 금융 조달을 강화하는 한편 위안화의 역할이 ‘무역 결제 통화’에서 ‘글로벌 자금 조달 및 투자 통화’로 격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판다 채권 시장이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독보적인 조달 비용 메리트’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거나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부양을 위해 비교적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덕분에 위안화 채권 발행 금리는 미국 달러화나 유로화 채권 시장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발행된 판다 채권의 가중평균이자율은 1.85%에 불과했다.
알렌 딩 중신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금리 환경, 위안화 국제화, 그리고 중국 채권 시장의 지속적인 개방이 판다 채권 발행 급증의 원동력”이라면서 “더 많은 해외 발행기관들이 시장에 참여함에 따라 위안화 국제화와 중국 채권 시장 개방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스트크레딧의 선임 분석가 왕첸도 중국 정부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으로 인해 위안화 자금 조달 비용이 많은 해외 달러 및 유로 채권 시장보다 낮게 유지되면서 판다 채권 발행이 수혜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왕첸은 “더 많은 해외 발행사들이 위안화를 단순한 무역 결제 통화가 아닌 자금 조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기업들이 미국 달러화 외에 자금 조달원을 다변화하려는 노력 또한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판다 채권의 열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오는 6월과 7월에 대규모 판다 채권 만기가 집중돼 있어 이를 갚기 위한 신규 차환 발행 수요가 대거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국가 기관과 다자간 개발은행,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채권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