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하후상박 개편’ 논의 본격화

2026-06-10 13:00:01 게재

OECD 최고 노인빈곤율 지속 … ‘지급액 인상’ ‘사각지대 해소’ ‘저소득중심 차등 지급’ 핵심

보건복지부가 노인빈곤 해소와 제도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기초연금 개편 논의에 본격 착수했다. 핵심 방향은 저소득 노인에게 더 두터운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다.

복지부는 9일 서울역 회의실에서 ‘기초연금 개편방향 전문가 포럼’을 개최하고 노인빈곤 현황과 기초연금 개편 필요성, 제도 사각지대 해소 방안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한국 노인빈곤 핵심 원인은 부족한 공적이전” = 첫 번째 발제에 나선 이원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노인빈곤의 심각성을 국제 비교를 통해 진단했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전체 인구 상대빈곤율은 14.9%로 OECD 34개국 중 8위였다. 18~65세 근로연령층 빈곤율은 10.0%로 중간 수준인 17위였다. 반면 66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39.7%로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는 “국제 비교 관점에서 한국 소득분배 열위의 핵심 요인은 노인빈곤”이라며 “한국의 높은 노인빈곤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공적이전 규모가 작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한국 노인들이 높은 경제활동 참여율과 점진적 은퇴 덕분에 시장소득 빈곤 수준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가족부양과 사적 이전이 일정 부분 빈곤을 완화하지만 결국 공적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이전이 부족해 노인빈곤이 OECD 최고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2010년대 이후에는 기초연금 도입과 국민연금 성숙, 노인 경제활동 증가가 빈곤 완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노인빈곤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65세 이상 노인의 가처분소득 기준 상대빈곤율은 2011년 46.5%에서 2024년 35.9%로 감소했다.

하지만 시장소득 기준 빈곤율은 같은 기간 57.0%에서 54.9% 수준에 머물러 있다. 기초연금액의 정책적 인상이 사실상 중단된 2021년 이후 노인빈곤 완화 효과가 정체되는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노인빈곤을 더욱 줄이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급여 인상 등 공적이전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모든 노인보다 더 어려운 노인에게 집중해야” = 최옥금 국민연금연구원 연금제도실장은 기초연금 개편 방향을 제시했다.

최 실장은 우선 노인층 내 소득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노인 지니계수는 0.380으로 전체 인구(0.325)보다 높았으며 80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56.8%에 달해 60대 노인 빈곤율(19.6%)보다 세 배 가까이 높았다.

그는 “소득수준이 높은 노인의 경제상황은 크게 개선되고 있지만 저소득 노인의 생활여건은 여전히 어렵다”며 “노인 내부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책적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현행 기초연금 제도가 노인 70%를 대상으로 운영되는 준보편적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재정 부담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기초연금 예산은 2014년 6조9000억원에서 2024년 24조4000억원으로 3.5배 이상 늘어났다. 수급자 수도 같은 기간 435만명에서 676만명 수준으로 증가했다. 그는 △저소득 노인 중심 차등급여 확대 △지급대상 선정기준을 기준중위소득 중심으로 조정 △고소득층에 대한 지원 축소 등을 제시했다.

◆“부부감액·직역연금 배제·줬다 뺏기 문제 해결해야” =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을 제안했다.

김 위원은 기초연금 내 사각지대로 △부부감액 제도 △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의 지급 배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줬다 뺏기’ 문제 △직역연금 연계감액 등을 꼽았다.

현재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는 경우 각각의 연금액이 20%씩 감액된다. 만약 정부가 추진하는 하후상박형 노후소득보장 강화 정책을 고려하면 저소득층 부부를 중심으로 감액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군인·공무원·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의 경우 실제 소득과 재산이 낮더라도 기초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경우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반영되면서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이른바 ‘줬다 뺏는 문제’가 발생해 가장 빈곤한 노인들이 제도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1차관은 “국가를 위해 헌신한 어르신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임이자 의무”라며 “저소득층 어르신을 보다 두텁게 지원하고 사회·경제적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후상박 구조의 기초연금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국회 연금특별위원회와 정부가 노후소득보장 체계 재구조화 논의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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