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보복공습…휴전 최대 고비

2026-06-10 13:00:01 게재

아파치 헬기 격추에 ‘자위권 공격’ … 이란 “어떤 공격도 반드시 응징”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NBA 파이널 3차전 관람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발생한 미군 아파치 공격헬기 격추 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을 직접 타격하면서 지난 4월 이후 이어져 온 미-이란 휴전 체제가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고 경고한 지 수 시간 만에 미군이 실제 공습에 나서면서 중동 정세는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9일(현지시간) 엑스(X)를 통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날 오후 5시(미 동부시간·한국시간 10일 오전 6시)부터 이란에 대한 자위적 성격의 공격을 개시했다”고 발표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은 전날 미 육군 아파치 헬리콥터가 격추된 데 대한 대응”이라며 “정당화될 수 없는 이란의 공격 행위에 대한 비례적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란 본토 깊숙한 지역보다는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레이더 기지, 드론 운용시설, 미사일 발사 거점 등 군사시설을 제한적으로 타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이 시작된 직후 ABC방송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나는 대응은 매우 강력하고 힘 있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번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전날 발생한 미군 아파치 공격헬기 추락 사건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미 육군 소속 아파치 헬기 1대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추락했으며 조종사 2명은 무사히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순찰하던 최첨단 아파치 헬기가 이란에 의해 격추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종사들은 무사하고 부상도 없지만 미국은 불가피하게 이 공격에 대응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국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란 국영방송 IRIB는 익명의 군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24시간 동안 호르무즈 해협 상공에서 어떠한 공군 공격 작전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우리 영토 인근에 있는 외국 군대는 인적 과실이나 우발적 사고, 혹은 잠재적인 교전에 휘말릴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면서 “위험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들이 이 지역을 떠나는 것”이라며 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아라그치 장관은 미국의 공습 이후에는 한층 수위를 높였다.

그는 “미국은 전장에서 패배했음에도 우리의 결의를 시험하기로 했다”며 “어떠한 공격도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안전을 원한다면 우리 지역에서 떠나라”며 “페르시아만의 역사는 침입한 외세들이 어떤 운명을 맞았는지 잘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란 군 소식통 역시 국영 매체를 통해 “미국이 헬기 추락을 구실로 적대행위를 재개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충돌은 휴전과 종전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4월 7일 휴전에 합의한 뒤 비핵화 협상 개시와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장기 휴전 체제 구축 등을 놓고 협상을 진행했다.

최근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와 공개 발언을 통해 “합의가 매우 가까워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정부 안팎에서는 11일 개막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이전에 휴전 연장과 핵 협상 개시를 골자로 하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이번 공습은 최근의 낙관론과는 다소 상반된 행보로 평가된다.

향후 최대 변수는 이란의 대응 수위다.

만약 이란이 미국의 공습을 제한적 수준에서 받아들이고 외교적 항의에 그친다면 양측은 다시 협상 테이블로 복귀할 수 있다. 반면 이란이 직접적인 군사 보복에 나설 경우 미국의 재보복이 이어지면서 지난 두 달간 유지된 휴전 체제는 사실상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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