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인증도 회계감사처럼…“등록·감리체계 갖춰야”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에 공시 신뢰성 확보 과제
회계업계, 인증제도 도입 위한 종합 설계안 제시
금융당국이 기업의 지속가능성(ESG) 공시 의무화를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공시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인증 절차를 회계감사 수준으로 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9일 한국공인회계사회가 개최한 제24회 지속가능성인증포럼에서 전규안 숭실대학교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인증제도 전반을 설계한 도입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전 교수는 “지속가능성정보의 이해관계자도 재무제표 이용자 수준으로 보호해야 함을 고려해 재무제표 감사에 준하는 독립성 및 윤리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감독과 관련해서도 자본시장 감독기관이 회계감사에 대한 감리 수준의 감독을 시행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투자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만, 객관적인 검증 절차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그린워싱(친환경 위장 행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 교수는 인증제도의 기본 방향으로 △정보이용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고품질의 지속가능성정보 제공 △국제적 정합성 제고 △기업과 인증인의 수용가능성 고려 등을 제시했다.
도입시 고려사항으로는 △인증 의무화 시기 △인증범위 △인증수준 △인증기관 △인증인 개인 △인증기준 행위규범(윤리기준) △감독제도 등 8가지다.
전 교수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는 정보이용자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며 “국내는 현행 자율공시 체계하에서 대다수 기업이 자발적으로 인증을 받고 있다는 점과 해외사례를 고려해 지속가능성 공시의무화와 동시에 인증의무화를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공시 의무화 도입 초기에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인증을 받도록 한 뒤, 주요국의 제도 운영 현황 등을 반영해 단계적으로 인증 의무화를 추진하고 인증기관의 행위·자격 요건 등을 포함한 규율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EU와 호주는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와 동시에 인증도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일본 역시 공시 의무화 시행 1년 후 인증 의무화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은 2024 회계연도 기준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발간한 기업 402곳 가운데 91%가 이미 외부 인증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주요국과 달리 인증 의무화 시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우선 자율 인증에 맡기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한 상태다.
인증업무를 수행할 기관과 개인에 대한 자격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전 교수는 “국제품질관리기준 수준의 품질관리기준을 마련하고 인증기관은 기준에 따른 품질관리시스템을 구축, 운영해야 한다”며 “전문인력수와 자본금, 손해배상 자력 등 인적·물적 요건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요건을 갖춰 정부에 등록하고 사후 관리를 위해 주기적으로 품질관리시스템 구비 여부와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감독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유럽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을 법제화한 국가 가운데 16개국은 인증인 자격을 감사인으로 제한했고, 5개국은 감사인과 독립된 인증제공자 모두에게 인증업무를 허용하고 있다.
인증업무를 수행하는 개인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격시험을 도입하고, 시험 합격자에게만 인증업무 참여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공인회계사는 향후 공인회계사 시험에 지속가능성 관련 과목을 포함하고, 비회계사는 회계·재무제표와 감사·인증업무에 관한 지식을 추가로 검증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아울러 국제지속가능성인증윤리기준(IESSA)을 적용해 재무제표 감사인 수준의 독립성과 윤리기준을 확보하고, 자본시장 감독기관이 인증인 자격요건과 품질관리시스템, 인증보고서에 대해 심사·감리를 실시하는 감독체계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교수는 “지속가능성 인증제도 구축 과정에서 재무제표 회계감사의 역사와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보이용자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재무정보와 비재무정보 간 연계성과 일관성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인증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