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학생 못 잡아내는 정서행동검사 없애야”
강경숙 의원 기자회견
학교상담법 제정 촉구
현행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가 ‘위기 학생 선별’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학교 현장의 행정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과 교육계 관계자들은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5년간 시행된 이 검사가 학생 위기 지표 악화를 막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현행 검사 제도의 전면 재검토와 함께 실질적인 공교육 안전망 구축을 위한 학교상담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수정 전국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매년 4월이 되면 학교는 거대한 ‘검사 공장’으로 변한다”면서 “전문상담교사들은 아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대신 수백장의 서류 정리와 실시율 체크, 반복되는 문의와 민원 응대에 하루를 쏟아 붓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실태조사에 따르면 검사 후 외부기관으로 학생을 연계한 이후에도 학교의 관리 부담은 전혀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계 학생의 88%에 대해 학교가 지속적인 개입을 맡고 있으며, 상담교사의 80%는 연계 후 부담이 감소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외부기관과의 협력 부재도 심각해 상담교사의 35%는 연계 후 연말까지 결과지를 회신받지 못했고, 결과를 받더라도 50% 이상은 상담 개입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형식적 내용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전수조사 방식이 신뢰를 상실해 오히려 위기 학생을 놓치고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미진 인천전문상담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관심군으로 분류되면 외부기관에 불려간다는 사실을 아는 아이들이 의도적으로 ‘거짓 응답’을 하고 있다”면서 “진짜 위기 학생은 정상군으로 빠져나가고 솔직하게 답한 학생만 관심군이 되는 왜곡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시도교육청 평가지표에 포함된 ‘외부기관 연계율’ 실적 압박이 더해지면서 학교가 학부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가며 억지 연계를 밀어붙이는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점수 중심의 선별이 아닌 교사들의 관찰과 전문 소견이 중심이 되는 체계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강 철 교사노동조합연맹 정책1실장은 “일선 교사의 50%가 검사 결과와 실제 교실에서 관찰한 학생의 상태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담임교사의 세심한 관찰과 전문상담교사의 전문적 소견이 만나는 촘촘한 교내 자문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중심 정책의 원점 전면 재검토 △실무 전문가인 전문상담교사의 정책 논의 참여 보장 △시도교육청 평가지표에서 외부기관 연계율 제외 △순회상담 철폐 및 학생 수 연동 배치기준 법제화 △‘학교상담법’ 제정 등 5대 요구사항을 정부와 교육당국에 촉구했다.
회견을 주최한 강경숙 의원은 “학생들의 마음건강을 지키는 것은 교육당국의 절대적 책임”이라면서 “학교상담실이 위기의 아이들을 온전히 보듬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학교상담법’ 제정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박소원 차염진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