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법관 아닌 선관위원장, 국민 신뢰 훼손”
여야 의원 제출 ‘법관 독점 관행’ 차단 법안에 답변
‘위원장 상근제 전환’에도 “정치적 중립성 고려해야”
“개혁 요구를 독립성 침해로 받아 들여선 안 돼” 지적
선관위원장 상근 전환과 법관이 독점하는 관행을 차단하려는 개정안도 선관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상근 체제로 전환하고 상임위원 제도를 폐지해 현행법상 위원장, 상임위원, 사무총장 간에 이원화되어 있는 지휘 체계를 일원화하고, 위원회의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국회 행안위 전문위원실은 “개정안이 입법화될 경우 중앙선관위원장의 안정적인 직무 수행과 일원화된 지휘 체계를 바탕으로 위원회 의사결정의 합리성과 효율성이 제고되고 선거관리 전반에 대한 신뢰성이 확보돼 헌법기관으로서의 독립성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은 법관이 각 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호선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놨고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상임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 국회가 선출한 위원 및 대법원장이 지명한 위원 중에서 각각 1명씩 호선하도록 해 ‘법관 독점 관행’을 차단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헌법과 법률에서 중앙선관위원장과 각 급 선거관리위원장을 선관위원 중 호선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법관, 지방법원장, 지방법원 부장판사 등 현직 법관이 독점적으로 겸직하는 관행의 ‘위헌 가능성’을 제거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선관위는 “중앙선관위원장 상근제는 조직의 책임 운영, 공직 분위기 쇄신 등의 장점이 있지만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대의 민주주의의 핵심인 선거와 국민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정당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는 헌법적 책무를 부여받은 중앙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현직 정당의 대표자 및 선출직 공직자에 상응하는 지위와 권위를 가진 ‘현직 대법관’이 아닌 사람이 위원장직을 수행했을 때, ‘선거관리’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인식, 각급 위원회의 독립성 및 중립성에 미치는 영향, 현직 법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하급 위원회와의 구체적 상하 및 감독 관계의 설정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대통령이 임명하는 3인,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이 모두가 위원장이 될 ‘자격’과 위원장을 선출할 ‘권한’을 모두 갖는 ‘실질적 호선제’를 도입해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이나 정당 추천 위원이 위원장으로 호선되는 경우 중앙선관위의 공정성·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훼손될 수 있으므로 충분하고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원장 상근제를 도입하는 경우 헌법상 합의제 기관인 중앙선관위의 독임제적 요소가 강화돼 헌법 정신이 후퇴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복수의 상임위원제를 도입해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함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선관위가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결과를 토대로 감사원 감사 등을 거부하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각각 행정부 외부의 독립기구인 특별감찰관 임명과 특별점검위원회 설치를 담은 방안을 법안으로 제안했다. 이 또한 중앙선관위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감안할 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에서 추진하는 특검과 국정조사도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선관위의 가장 큰 문제는 감독 기능과 집행 기능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심판이면서 경기 운영자이고 경기장 관리자”라며 “이 구조에서는 견제와 책임이 작동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독립성만이 아니라 투명성, 책임성, 견제 가능성”이라며 “선관위가 진정 민주주의를 지키는 기관이라면 이러한 개혁 요구를 독립성 침해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