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비자물가 4.2% 상승…3년 만에 최고
휘발유 소매가 전월 대비 8.3% 올라
전쟁장기화·금리인상 우려로 증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크게 올라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3개월 넘게 이어지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이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휘발유 소매가는 전월 대비 8.3% 급등했다. 전쟁 장기화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하락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5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했다. 2023년 4월(4.9%) 이후 3년1개월 사이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월 대비로는 0.5% 올랐다. 중동전쟁 이전인 지난 2월 2.4%에 머물렀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3.3%), 4월(3.8%)에 이어 5월 들어서는 4%대에 진입했다.
연준이 통화정책 판단 시 보다 중요하게 고려하는 근원 CPI(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연간 기준으로 오름세가 강화되는 추세다.
물가압력의 주범은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분의 60%를 유가 상승이 차지했다. 5월 에너지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3.5%, 휘발유 가격은 40.5% 급등하며 전체 CPI 상승을 견인했다. 특히 한 달 새 휘발유 도매가는 7%, 소매가는 8.3% 급등했다. 연료유는 연간 58.9% 치솟는 등 운송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반면 식료품 가격은 오름세가 둔화됐고, 운송서비스·자동차보험·신차 가격 등 주요 서비스 및 상품 물가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주거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신규 임대료 지표의 둔화 등을 고려하면 향후 상승압력은 점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의 교착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중동전쟁 장기화로 미국 내 각종 원유 재고는 빠르게 줄고 있다. 이는 에너지발 물가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속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한다면 아직은 제한적인 ‘2차 물가상승’이 현실화되며 헤드라인뿐만 아니라 근원물가까지 끌어올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오는 16~17일에는 미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린다. 시장은 케빈 워시 의장을 새 수장으로 맞은 미 연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금리인하에 나서지 못하고, 연내 동결 또는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소비자물가 지표 발표 직후 올해 1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이상 인상할 확률을 약 66%로 반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머물며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가 지연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의 2차 파급 효과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이 불가피하다”며 “6월 FOMC에서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가 삭제되거나 수정되는 등 기존보다 다소 매파적인 메시지가 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전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인공지능(AI) 반도체·기술주에 대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11일 오전 국내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전일 4.5% 하락에 이어 장 초반 4.3% 넘게 내리며 7400선마저 무너졌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