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한·이탈리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이탈리아 국빈 방문 … AI·양자기술·우주 등 미래산업 협력 제도화
“아프리카 공동 개발협력 확대” … 안미경중론엔 “유효하지 않아”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가 11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한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어 이탈리아와의 관계 강화는 양자 관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의 전략적 협력을 넓히는 중요한 발판”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역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탈리아의 핵심 파트너로서 적극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채택 예정인 ‘전략적 행동계획 2026-2030’을 통해 양국 협력을 미래 산업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는 “(전략적 행동계획은) AI, 양자기술, 우주, 에너지 전환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제도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는 한국과 다른 유럽 국가 간 협력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이탈리아가 AI 시대의 새로운 산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디지털 기술,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이탈리아는 기계, 우주항공, 자동차, 에너지,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이 첨단 제조업과 융합하는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 잠재력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한국의 첨단산업 경쟁력 유지 전략으로는 △첨단 제조 역량 고도화 △제조업과 AI 융합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 협력 확대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핵심 원자재, 반도체, 배터리, AI 인프라에 이르는 전체 밸류체인을 어느 한 국가가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며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주요 국가들과 공동 연구, 인재 교류, 첨단 제조 및 청정 에너지, 전략적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협력은 개발협력 분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의 발전 필요성에 대한 공동 인식을 바탕으로 한·이탈리아 개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양국 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탈리아는 이 협력을 유럽 차원으로 확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기존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접근법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지정학적 환경의 변화를 고려할 때 이러한 이분법적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한국은 경쟁과 협력의 역학 관계 및 새로 부상하는 도전 과제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국익에 기반한 새로운 접근법을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첫번째 방문국이었던 벨기에 브뤼셀을 떠나 10일 저녁 로마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이 탑승한 1호기가 이탈리아 영공에 진입하자 이탈리아 공군 소속 유로파이터 전투기 두 대가 측면 호위비행을 했다.
이 대통령은 11일 오전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국빈방문 공식 일정을 개시한다. 같은 날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이튿날인 12일에는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회담을 갖는다.
한편, 이 대통령은 10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다. 한·EU 정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북한의 군사 지원에 대해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인 군사 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핵에 대해선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 상 핵보유국으로 결코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 발언보다 수위가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청와대 측은 “한-EU 공동성명 중 한반도 문안은 양측 간 한반도 문제에 대한 기본 인식 및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를 바탕으로 합의된 문안이며 각 사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통상적인 표현”이라고 부연했다.
로마=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