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보 출신이 가담한 ‘6조원 가짜 호재’
검, 알에프세미 전·현직 대표이사 구속기소
10배 가까이 급등 뒤 상폐…1만5천명 피해
기획재정부 차관보 출신 인사가 중국발 배터리 테마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과 손잡고 코스닥 상장사 알에프세미를 무자본으로 인수한 뒤, 2차전지 사업 진출을 호재로 내세워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신동환 부장검사)는 10일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알에프세미 전 대표 구 모씨와 현 대표 반 모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공범 2명과 알에프세미 법인도 함께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구씨와 반씨가 2023년 자금난을 겪던 알에프세미를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인수한 뒤 허위 공시와 과장된 사업 계획을 반복적으로 내세워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기업으로부터 ‘200억원 투자 유치’ ‘6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 ‘향후 10년간 최대 6조원 리튬인산철 배터리 독점 판매사업’ 등을 추진하는 것처럼 공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중국 공장이 채무 과다와 임금체불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고, 공시된 투자와 공급계약도 대부분 허위이거나 이행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허위 공시’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2023년 초 2000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4월 2만9450원까지 올랐다. 이후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계획이 허구로 드러나고 거래가 정지되면서 주가는 2000원대로 추락했다. 이어 상장폐지 결정까지 났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138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챙겼지만 소액주주 1만5000여명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사건에서 고위 공직자 출신인 구씨가 범죄 세력의 신뢰도를 높이는 포장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구씨는 차관보를 지낸 뒤 금융투자업계에서 활동하다 알에프세미 대표이사가 된 인물이다.
검찰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 사업에 대한 의심이 있었지만 ‘차관보 출신이 대표인데 사기를 치겠느냐’는 신뢰가 형성된 것 같다”며 “고위 경제관료 출신이라는 이력이 사업의 신빙성을 높이는 일종의 포장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구씨는 수사 과정에서 혐의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일당의 공시 내용이 외형상 투자계약·사업계약·자금조달 계획 등의 형태를 갖추고 있었고, 중국 기업 자료와 계약서까지 제시돼 사실 여부를 즉시 검증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특히 해외기업과 외국자본을 내세운 경우 국내 투자자와 감독기관 모두 실체 확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작정하고 허위 공시를 하면 적발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강력한 처벌과 범죄수익 환수가 재발 방지의 핵심 수단”이라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