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재평가 첫 공론화…심사체계 대수술
보훈부, 23일 공청회 개최김가진·조봉암 재조명 주목
국가보훈부가 독립유공자의 공적 재평가와 포상 심사기준 개선을 위한 첫 공식 공론화에 나선다. 광복 이후 60여 년간 유지돼 온 독립유공자 평가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으로 공적에 비해 낮은 훈격을 받은 인물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그동안 논란 속에 서훈이 보류돼 온 인물들에 대한 재조명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가보훈부는 오는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컨벤션홀에서 권오을 보훈부 장관과 이종찬 광복회장, 학계 전문가, 기념사업회 관계자, 독립운동가 후손, 시민단체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독립유공자 공적 재평가와 포상 심사기준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독립유공자 포상이 본격화된 1960년대 이후 축적된 연구 성과와 새롭게 발굴된 사료를 반영해 공적에 걸맞은 훈격을 재정립하고 현행 포상 심사기준을 재검토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동안 학계와 시민사회에서는 공적에 비해 낮은 훈격이 부여된 사례에 대한 재평가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회에서도 독립운동 공적이 뚜렷한 인물에 대한 훈격 조정을 가능하게 하는 상훈법 개정안이 발의되는 등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져 왔다.
특히 독립운동 조직 운영이나 임시정부 활동, 군자금 조달, 비밀결사 운영 등 정량화하기 어려운 공적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청회에서는 이동일 국가보훈부 공훈심사과장이 ‘독립유공자 공적 재평가 방안’을 발표하고, 박경목 충남대 교수와 윤해동 한양대 대우교수가 ‘독립유공자 포상 심사기준 제언’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다. 이어 김태일 교수를 좌장으로 학계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9명이 참여하는 종합토론이 진행되며 방청객 의견 청취와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된다.
이번 논의는 단순히 특정 인물의 훈격을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독립유공자 평가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독립유공자 심사는 투옥 횟수와 수형 기간, 옥고의 정도 등 객관적 수치 중심의 정량 평가에 상대적으로 의존해 왔다. 그러나 독립운동의 양상이 다양해지면서 조직 구축과 세력 통합, 임시정부 운영, 해외 독립운동 네트워크 형성 등 정성적 공적도 함께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제국 대신 출신으로 조선민족대동단 총재와 대한민국임시정부 고문을 지낸 동농 김가진, 독립운동 공적에도 불구하고 이념 논란에 휩싸였던 죽산 조봉암 등 복합적 역사 인물들에 대한 재평가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보훈부는 이번 공청회가 특정 인물의 서훈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청회를 통해 수렴된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독립유공자 공적 평가의 원칙과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이번 공청회에서 논의되는 주제들은 독립운동사 정립과 맞닿아 있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다양한 시각과 의견이 폭넓게 공유되기를 기대한다”며 “독립유공자 한 분 한 분의 공적이 정당하게 평가받고 그에 걸맞은 예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청회는 그동안 개별 인물의 서훈 논란에 머물렀던 논의를 넘어 대한민국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어떤 기준으로 기억하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는 첫 공식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