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숨통 트이자 유가 급락
공급 차질 우려 완화
휘발유값 아직 고공권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이 조금씩 재개되면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동 전쟁 이후 해협 안에 묶였던 유조선과 화물선의 이동이 풀리기 시작하자 시장은 최악의 공급 차질 가능성을 다시 낮춰 반영했다.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막힐 수 있다는 공포가 유가를 밀어 올렸다면, 이번에는 통행 정상화 기대가 가격을 끌어내렸다.
뉴욕타임스(NYT) 24일 보도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9월물은 배럴당 73.87달러로 3.8% 하락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도 배럴당 70.34달러로 3.9% 내렸다. 전쟁 확대와 해협 봉쇄 우려로 급등했던 유가가 페르시아만 원유 흐름 회복 조짐에 빠르게 되돌려지는 모습이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23일 페르시아만에 갇힌 선박 수백척과 선원 수천명의 대피를 돕겠다고 밝혔다. IMO는 아직 500~600척의 선박이 해역에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글로벌 해운 데이터회사 케이플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량은 개선되고 있다.
다만 2월 말 전쟁 발발 전 하루 130척 이상이 해협을 오가던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공급이 완전히 정상화됐다기보다 병목이 조금씩 풀리는 단계에 가깝다.
시장도 안정을 찾았다. S&P500지수는 약보합에 그쳤고, 전날 10% 급락했던 코스피는 변동성 속에 일부 낙폭을 만회했다. 다만 대만 증시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 주가 하락 영향으로 2% 넘게 밀렸다.
원유 가격 하락이 곧바로 소비자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3.93달러로 전쟁 이후 32% 오른 수준을 유지했다. 경유 평균 가격은 4.98달러로 내려왔지만 전쟁 전보다 33%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소셜미디어에서 유가 하락이 주유소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석유회사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독일 투자은행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호르무즈 해협 원유 흐름이 “천천히 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유가 하락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즉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히 낮아졌고, 투자자들도 올해 급격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춰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해협 통행량은 전쟁 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어 유가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