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법, 임시보호 이민자 추방 허용
트럼프 이민정책에 힘실어 WP “최대 130만명 영향권”
미국 연방대법원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정책을 잇달아 뒷받침하는 판결을 내렸다. 임시보호지위(TPS) 종료에 대한 행정부 재량을 인정해 수십만명의 추방 가능성을 열어준 데 이어 미국 영토에 들어오지 않은 이민자의 망명 신청도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공약 추진에 한층 힘이 실리게 됐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아이티와 시리아 출신 이민자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임시보호지위(TPS) 종료 결정은 사법심사 대상이 아니라며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다수 의견을 냈고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반대했다.
TPS는 무력분쟁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귀국이 어려운 국가 출신 이민자에게 일정 기간 미국 체류와 취업을 허용하는 제도로 1990년 도입됐다. 기본 체류 기간은 18개월이며 상황에 따라 연장할 수 있다.
이번 판결로 아이티인 약 35만명과 시리아인 6000여명이 추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당시 TPS 신분자는 17개국 출신 약 130만명으로, 이번 판단이 다른 TPS 대상 국가에도 확대 적용될 경우 영향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또 미국 영토에 들어오기 전 국경에서 망명을 신청한 이민자를 멕시코로 돌려보낼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시절 이른바 ‘멕시코 대기’(Remain in Mexico) 정책 등을 통해 국경을 넘기 전 망명 신청자의 입국을 제한했으며,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폐지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정책을 다시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다.
보수 대법관들은 망명 신청 자격은 미국 영토에 실제 입국한 이후에 발생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공개 법정에서 반대 의견을 직접 낭독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수 의견을 작성한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소토마요르 대법관의 반대 의견 낭독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불쾌감을 나타냈고, WP는 이를 두고 대법관들 사이의 소통 부족과 내부 갈등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로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불법 이민 억제와 국경 통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에 잇달아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악관은 즉각 환영 입장을 밝혔다. 애비게일 잭슨 백악관 대변인은 “엄청난 승리”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오랫동안 미국인을 괴롭혀온 이민제도의 남용을 합법적으로 종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TPS는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험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며 “트럼프 행정부와 대법원은 보호 대신 잔혹함과 공포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다음 주 여름 휴회에 들어가기 전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사건 등 남은 주요 사건의 판결도 선고할 예정이다. 미국 언론은 이 사건이 이번 회기 최대 관심 판결 가운데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