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113억달러 바이오테크네 인수
새 CEO 취임후 대형 M&A실험장비 사업 키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 보도에서 머크가 바이오테크네를 주당 73달러 현금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는 바이오테크네의 24일 종가보다 24% 높은 가격이다. 다만 올해 1월 기록한 52주 최고가와 비교하면 큰 차이는 없다. 기업가치는 약 113억달러로 평가됐다.이번 거래는 머크가 10여년 전 170억달러에 미국 시약·실험재료 업체 시그마알드리치를 인수한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머크는 보유 현금과 신규 차입을 함께 활용해 인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거래는 규제당국 승인과 바이오테크네 주주 동의를 거쳐야 한다.
이번 인수는 카이 베크만 머크 CEO의 첫 승부수로 평가된다. 베크만 CEO는 최근 제약, 생명과학 장비, 반도체·전자재료 사업 전반에서 인수를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 CEO로 옮긴 벨렌 가리호 전 CEO의 뒤를 이어 머크를 이끌고 있다.
미국 머크앤드컴퍼니와 별개인 독일 머크는 최근 몇 년간 매출 성장세가 정체됐다. 주가는 2022년 이후 30% 넘게 하락했다. 바이오테크네 인수는 이 가운데 실험실 장비와 연구용 단백질, 진단·제약 고객 대상 소재를 판매하는 생명과학 부문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본사를 둔 바이오테크네는 일회용 실험실 소모품, 장비,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다. 머크는 바이오테크네 인수로 연구개발과 생산 역량도 보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래에는 세포배양 장비업체 윌슨울프 지분 19.9%도 포함된다. 머크는 향후 나머지 지분을 사들일 수 있는 선택권도 행사할 계획이다.
생명과학 장비업계에서는 대형 인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제약사들이 신약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면서 실험실 장비와 시약, 연구용 단백질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바이오기업에도 최근 다시 투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앞서 생명과학 장비 경쟁사인 서모피셔사이언티픽과 다나허도 지난 1년 동안 수십억달러 규모 인수에 나섰다.시장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인수 발표 뒤 바이오테크네 주가는 오전 거래에서 19% 오른 70.24달러를 기록했다. 머크의 미국예탁증서(ADR)도 4% 상승했다.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금리 인상기 자금난을 겪던 바이오기업으로 다시 자금이 유입되면서 생명과학 장비업계의 몸집 키우기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