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차기총선 공천권 놓고 내전 격화
민주, 상대 지지층 ‘멸칭’ 써가며 갈등
국힘, 당권파-비당권파-영남권 수싸움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거대 양당이 2년 후의 총선 공천권을 확보하기 위한 ‘내전’에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정청래 전 대표와 반정청래 그룹의 김민석 총리, 송영길 전 대표가 당대표 경쟁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비당권파의 사퇴 요구를 장동혁 대표가 징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차단하고 역공까지 펼칠 태세여서 주목된다.
26일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모 인사는 “지난 21대 총선과 22대 총선을 거치면서 당권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친명계’(친이재명계)와 ‘친문계’(친문재인계)가 어떻게 공천에서 배제됐는지를 잘 알게 됐다”며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의원들 입장에서는 공천권을 가진 이번 당대표 선거가 자신의 총선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생사를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친명계와 친청계의 대결구도로 펼쳐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메시지와 행보를 통해 김 총리와 송 전 대표를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전 대표는 친노·친문계 지지층의 지원을 받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김 총리가 정 전 대표가 선점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동조하자 정 전 대표는 “시간끌기 작전인지 살펴봐야 한다”며 날카롭게 응수했다. 이에 친명계 박성준 의원과 이건태 의원은 “이재명정부를 의심하는 발언”이라며 역공에 나섰다.
명청간 갈등의 골은 이미 깊고 넓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상대 지지층을 ‘문조털래유’ ‘한강새똥돼주길’을 멸칭(蔑稱)으로 부르며 건너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는 얘기다.
국회의장을 역임했던 우원식 의원은 “지금 보여지는 양상은 마치 이번 전당대회가 차기 4년 후에 대선의 전초전인 양 권력투쟁 양상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2004년부터 국회의원을 했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서로를 경멸하는 멸칭, 강하게 지지하시는 분들까지 다 갈라져서 멸칭들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충돌이 장기화되고 있다. 역시나 갈등의 배경에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이 자리잡고 있다. 어느 쪽이 대표직을 차지하는가에 따라 총선에서의 생사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는 친한계(한동훈)를 겨냥한 ‘징계의 칼’을 벼리는 것으로 보인다. 6.3 재보선 당시 친한계가 무소속 후보(한동훈)를 지원한 건 “명백한 해당행위”라는 인식이다.
비당권파인 ‘대안과 미래’ 이성권 의원은 전날 “장 대표가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신동욱 최고위원을 향해 ‘결단’을 요구했다.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가 무너지는 당헌 98조를 염두에 둔 압박이다.
양쪽의 갈등 배경에는 총선 공천권이 자리잡고 있다. 장 대표는 대표 재선에 도전해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공천권을 통해 친장계(장동혁)를 형성하면 2030년 대선 도전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당권파는 장 대표를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드러낸다. 장동혁체제가 계속되면 비당권파를 겨냥한 대대적 물갈이가 예상된다는 이유다.
구주류(친윤)와 영남권 의원들은 “어느 쪽이 내 공천에 유리할까”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한동훈 의원이 복당해 당권을 쥐면 공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친한계 모 의원은 “보복공천 얘기는 기우에 불과하다. 과거는 잊고 새출발하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준규·엄경용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