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독립기관 인사 해임권 확보

2026-06-30 13:00:32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FTC 위원 해임 적법 판단

대법 “연준은 예외적 지위”

미국 연방대법원이 행정부 산하 독립기관 인사에 대한 대통령 해임 권한을 대폭 인정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권한 강화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강조하며 예외적 지위를 인정해 논란도 예상된다.

연방대법원은 29일(현지시간) 민주당 추천 인사인 레베카 켈리 슬로터 전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을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조치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이 다수 의견을 형성했고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은 반대했다. 이는 대통령이 독립기관 위원을 정책적 견해 차이만으로는 해임할 수 없다고 본 1935년의 이른바 ‘험프리 집행자(Humphrey’s Executor)’ 판례를 사실상 무력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대통령으로부터 일정 부분 독립성을 보장받아 온 20여개 연방 독립기관의 위원과 수장들도 대통령의 해임 권한 아래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1930년대 이후 미국 대통령들이 추구해 온 결정”이라며 “대통령 권한과 관련한 역사상 가장 중요한 판결 가운데 하나”라고 환영했다.

반면 대법원은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해임한 리사 쿡 연준 이사 사건에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5대 4 의견으로 쿡 이사가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보수 성향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브렛 캐버노 대법관이 진보 성향 대법관들과 함께 다수 의견에 섰다.

대법원은 해임 자체의 적법성을 최종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쿡 이사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가 제공되지 않았다고 보고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직위를 유지하도록 했다.

특히 로버츠 대법원장은 연준이 다른 독립기관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준은 미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관”이라며 대통령의 일반적 해임 권한 확대 논리가 연준에 그대로 적용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연준은 독립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독립적으로 인식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며 “연준의 지위와 관련해 시장과 대중을 불확실성에 빠뜨릴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압박하며 연준 인사 교체를 시도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통화정책 독립성에 대한 사법부의 방어선이 유지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독립기관 전반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권은 인정하면서도 연준만 별도로 보호한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사설에서 “연준을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보호하는 법은 존중받아야 하고 FTC를 보호하는 법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일관성 부족을 지적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정재철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