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와 1·2·3차 하도급사 상생협약 체결…대금 지급조건 개선

2026-07-02 15:30: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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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이하 영세 협력사까지 온기 확산 기대

반도체·소부장 국산화에 8700억원 투자키로

주병기 “상생은 혁신의 동학, 구조개혁 표준”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물가·고환율·고금리의 3고 위기 속에서 공급망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 간 상생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는 2일 오후 서울 중구 SK텔레콤 타워 SUPEX홀에서 SK그룹 7개 계열사와 협력사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SK–1·2·3차 협력사 상생협약 체결식’을 개최했다. 이번 협약은 지난 29일 대기업집단 중 처음으로 물꼬를 튼 삼성그룹과의 상생협약에 이어 두번째로 추진된 대규모 동반성장 조치다.

◆영세 협력사 대금흐름 개선 = 이번 상생협약은 대기업의 동반성장 혜택이 1차 협력사에만 머무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2차와 3차 이하 영세 협력사까지 원활하게 흘러가도록 공급망의 혈맥을 뚫는 데 방점을 뒀다.

협약의 핵심 골자는 SK그룹과 1·2차 협력사의 대금 지급조건 개선과 1·2·3차 협력사 대상 기술금융 등 맞춤형 상생협력 지원 확대다.

우선 중소협력사의 안정적인 기업운영과 유동성 확보와 직결되는 대금지급 조건이 대폭 완화된다. SK그룹 계열사들은 1차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현금성 결제 원칙을 준수하고 마감 후 10일 이내에 대금을 신속히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SK텔레콤은 중소기업 우대 프로그램인 대금지급바로 가입 업체를 대상으로 지출 승인일로부터 2일 이내에 대금을 100% 현금으로 지급하는 파격적인 자금지원 기조를 유지 확대한다.

이에 화답해 1·2차 중소 협력사들은 거래 관계에 있는 하위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금 지급 기한을 합리적으로 단축하고 상생결제 방식을 도입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SK는 이러한 하도급 대금흐름 개선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정기 평가 시 가점을 부여하거나 동반성장펀드 지원을 우대하는 등 자체 인센티브를 제공해 참여를 적극 독려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SK 거래망에 속한 4300여개 협력사가 직접적인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소부장 인프라에 8700억 투입 = 첨단 기술력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산업 특성을 반영해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기술 및 금융 지원책도 신설 확대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소재 부품 장비(소부장) 협력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SK하이닉스는 정부 지자체와 공동으로 약 8700억원을 투자, 용인클러스터 내에 양산 팹과 동일한 실증 인프라를 갖춘 테스트베드 트리니티 팹(Trinity Fab)을 구축하고 이를 중소 협력사들에게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소부장 기업들의 고질적인 애로사항이었던 양산 검증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첨단기술 개발을 견인한다는 전략이다.

연구개발 공동추진 시 발생할 수 있는 실패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협력사에 별도의 지원금을 제공한다. 유망 중소 협력사에 대한 지분 투자를 진행하는 반도체생태계펀드와 시스템반도체상생펀드도 조성해 운영한다. 이밖에도 SK 계열사들은 저리 대출을 지원하는 △동반성장펀드 운영 △특허 무상 허여 △기술자료 임치 비용 지원 △ESG 경영 컨설팅 등 다각적인 상생 프로그램을 확충하기로 약속했다.

SK는 이번 상생협약의 핵심 내용을 내년 초 각 협력사들과 체결할 공정거래협약에 정식 반영해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준수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주병기 “상생은 지속성장의 필수 투자” =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과 구조적 개혁을 역설했다.

주 위원장은 “과거 추격형 경제 발전 시기에는 더 싸게 노동을 부리고 협력사를 희생시키는 것이 수출 경쟁력이었을지 모르지만 이제 그런 성장 메커니즘은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는 더 비싼 노동의 창의성과 더 비싼 협력사의 생산성이 기술 혁신의 발판이 돼 대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선순환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의 이론을 인용하며 “소수가 경제 발전의 이익을 독점하는 착취적 제도가 국가 실패의 원인이며 극심한 양극화는 창조적 파괴라는 혁신의 동학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짚었다.

또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와 구조적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이 산업 생태계 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며 “상생은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대기업 자신의 혁신을 촉진하고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필수 투자이자 핵심 요소”라고 규정했다.

주 위원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대기업의 성과와 혁신의 온기가 1차 2차 3차 협력사로 막힘없이 흘러 내려가는 상생협력의 기업 생태계가 우리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향후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를 면밀히 시행해 우수 기업에 하도급거래 모범업체 선정 등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상생 문화를 시장 전반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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