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축구대표팀과 겹쳐보이는 유통재벌
짚고 넘어가지 않고선 좀이 쑤셔 못견디겠다.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진출에 실패한 축구국가대표팀 얘기다. 뜬금없겠지만 그럴 만한 이유는 쌔고 쌨다. 당장 유통업계와 월드컵 후원 기업이 타격을 입었다.
“한국팀 조별예선 경기가 오전 10시~11시여서 치킨이 덜 팔릴 것 같다”는 치킨집 주인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다. 경기일정에 맞춘 마케팅 계획들은 물거품처럼 지워졌다. 가슴 졸이다 맞은 32강 탈락. 살아나려던 소비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 끝난 일로 삼기엔 후폭풍이 거셌다. 대다수 국민은 분노와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당최 월드컵이 뭐라고…. 온라인 세상에선 축구협회와 감독은 물론 열심히 뛴 죄밖에 없는 일부 선수를 향해 쓴소리를 퍼붓는다. 중간은 없다. 닥치고 비난이다. 독기어린 비판의 화살은 축구협회장과 감독에게로 쏠렸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데리고 월드컵 본선에서 역대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준 대가였다. 전략은 고사하고 전술조차 없었지 않았냐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전횡’을 일삼고 실력보다 인맥으로 축구국가대표 감독을 뽑은 후과라는 게 축구업계 쪽 사람들의 일치된 견해다. 그렇지 않고선 중남미월드컵에서 보여준 이해하기 힘든 ‘졸전’을 설명할 길이 없다. 축구협회장이 설치고 대표팀 감독이 망친 북중미 월드컵 조별예선전이었다는 얘기다. 그들에게선 아직까지 진심어린 반성이나 성찰은 없다.
경영권 승계작업이 한창인 최근 유통재벌들과 묘하게 겹쳐 보이는(오버랩)는 대목이다. 2세 혹은 3세를 실력이나 능력 검증없이 인맥(혈연)으로 최고 경영진에 앉히는 행태는 쌍둥이처럼 닮았다.
신유열(일본명 시게미쓰 사토시) 롯데그룹 부사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가 그랬다. 김동선 한화 부사장 역시 아버지 후광으로 경영책임자 자리까지 올라간 경우다. 삼양식품 장남 전병우 최고운영책임자는 곧 어머니 김정수 회장에게서 삼양식품 지분을 넘겨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검증없는 경영권승계 수순이다.
이들에게선 입사시험을 치러봤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다. 공개모집 공고를 내고도 지원도 하지 않은 사람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자리에 꽂은 것과 다르지 않다. 다르다면 검증은 못받았어도 참모와 주변에서 도와주고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잘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을 기회가 많은 셈이다. 그런가 하면 ‘탱크데이’ 논란을 자초한 스타벅스 사태처럼 잘 차려진 밥상을 걷어차는 2세 경영인도 있다.
인지부조화가 의심되는 축구대표 감독 같은 유통재벌 2~3세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덜 팔릴 치킨을 걱정했던 치킨집 주인처럼 한낱 기우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