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실적 개선…수익성 양극화 지속
상반기 증시 호황에 자본시장으로 자금 이동 … 거래대금 급증
대형사 ROA 1.7%까지↑… 중형사 0.8%, 소형사 1.2% 그쳐
2025년 하반기 이후 국내 주식시장 상승이 가팔라지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자금시장으로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됐다. 증시 거래대금이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증권사들의 실적은 개선됐다. 다만 증권사들의 규모별 수익성 양극화 현상도 지속됐다. 대형 IB(투자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은 1.7%까지 상승한 반면 중형사와 소형사의 ROA는 각각 0.8%, 1.2%에 그쳐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증시 대기성 자금 큰 폭 증가 =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투자자예탁금과 자산관리계좌(CMA) 등 증시 대기성 자금은 232조1124억원에 달한다. 지난 5월 말에는 245조2260억원까지 크게 확대됐다.
올 상반기에는 국내 증시 거래대금도 급증했다. 지난 5월 일평균 거래대금은 137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들어 코스닥 시장 부진으로 개인투자자의 회전율이 감소하면서 일평균 거래대금은 99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4% 감소했다. 다만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은 90조원으로 1분기 보다 35.1% 증가했다. 2025년에는 35조원과 비교하면 2.6배 증가했다. 이에 따른 위탁매매 수수료뿐만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수요 확대로 금융상품 판매 수수료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신용 공여 이자수익도 커졌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퇴직연금계좌 등에서도 기존 은행, 보험업권의 원리금보장형 상품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증권사 상품의 상대적 경쟁력이 부각된 점도 증권사로 자금 이동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됐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거래대금 추이를 감안할 때, 위탁매매·금융·자산관리 부문의 양호한 실적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과거 거래대금이 고점을 기록한 이후에도 6개월 ~ 1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했던 패턴을 고려하면, 해당 부문의 우수한 실적 흐름은 2026년 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우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 또한 “한동안 주춤했던 외화증권 거래대금은 6월 기준 전월 대비 14.6% 증가했다”며 “2분기 채권금리는 올랐지만 상승 폭이 1분기 대비 줄어, 채권평가 손실은 제한적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장지배력 높은 대형 IB에 수혜 집중 = 자본시장으로 자금 이동과 리테일(소매) 부문 호황에 지난 1분기 국내 증권사 순이익은 4조1000억원, ROA 1.6%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은 리테일 부문에 대한 시장지배력이 높은 대형 IB에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 증권사 규모별 수익성 양극화 현상도 지속되는 모습이다.
세부 부문별로는 위탁매매, 금융, 자산관리를 중심으로 실적 개선이 나타났다. 이 3개 부문은 전체 순영업수익 증가분의 97.4%를 차지한다. 부문별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위탁매매142.7%), 금융(32.3%), 자산관리(97.0%) 순으로 증가했다.
대형 IB는 자본력과 고객기반을 바탕으로 3개 부문에서 각각 78% 내외의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중소형사의 사업 기반 확대는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국내 증시 호황에 따른 거래대금 증가와 주식시장 강세 효과가 중소형사에도 점진적으로 확산되면서, 리테일 부문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증권사를 중심으로 위탁매매 실적이 개선됐고, 주식 및 집합투자증권 운용 부문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주식 운용 성과에 대한 실적 의존도가 확대된 모습이다.
하지만 과거 중소형사의 핵심 수입 기반이었던 부동산금융 부문은 2022년 이전과 비교해 볼 때 구조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높은 금리 수준과 강력한 대출 규제, 공사비 상승, 안전규제 강화 등으로 레버리지 기반 개발사업의 진입장벽이 과거 대비 현저히 높아지면서, 부동산PF 시장의 성장 여력이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 연구원은 “IB 및 부동산금융 부문에서 사업 기반 확대가 제약되는 상황 속에서 중소형사 실적은 국내 증시 등 외생변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과 일부 섹터에 대한 쏠림현상을 감안할 때, 그간 주식 운용 실적에 가려졌던 핵심 수익 기반의 취약성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IB 중심 단기 조달 규모 급증 = IMA와 발행어음 사업자 증가는 증권사로의 자금이동을 구조적으로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은행과 증권사 간 자금 유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며, 자기자본이 큰 대형사에게만 사업자격이 주어지는 특성상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대형 IB 10개사의 전자단기사채 조달 규모가 지난달 25일 기준 약 25조원까지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ETF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자산관리 부문 관련 자금 수요 확대, 한국거래소의 주요 금융상품에 대한 증거금율 인상 등으로 증권사가 부담하는 증거금 및 담보 규모가 크게 증가한 탓이다. 신 연구원은 “대형IB의 급격한 단기금융시장 내 조달 확대가 중소형 증권사의 조달비용 상승 등 조달여건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최근 크레딧 시장 내 일련의 이슈로 투자자의 위험회피 성향이 강화된 가운데, 이러한 자금 이동에 따른 단기자금시장 변동성 확대는 증권사 간 조달 여건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