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AI 혁명과 한계비용 제로의 역설

2026-07-02 13:00:02 게재

2014년 제러미 리프킨은 저서 ‘한계비용 제로 사회’를 통해 경제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을 예고했다. 핵심은 기술발달로 상품을 추가 생산하는 데 드는 한계비용이 0에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1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의 폭발적인 발전을 목도하며 그의 예언이 현실이 되는 출발선에 서 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의 AI 혁명은 우리 사회 전체에 풍요를 고루 가져다줄 것인가? 애석하게도 현재의 구조를 경제학의 렌즈로 들여다보면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독점적 이윤과 승자독식의 경제학

이 모순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원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많은 동네 빵집이 경쟁하는 시장을 상상해 보자. 제빵 기술 혁신으로 빵을 하나 더 만드는 데 드는 한계비용이 하락하면 빵집들은 손님을 끌기 위해 앞다투어 가격을 내린다. 이처럼 시장이 경쟁적이라면 생산비용이 낮아진 만큼 상품가격도 떨어져 그 혜택이 소비자인 대중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마주한 AI 생태계는 자유롭게 경쟁하는 시장이 아니다. AI 산업은 태생적으로 수조원 규모의 인프라와 초고가 장비 등 천문학적인 초기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극소수의 거대 테크기업만이 살아남는 구조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한계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지더라도 기업이 굳이 가격을 내릴 이유가 없다. 대체재가 없는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서라도 그들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낮아진 한계비용과 높은 가격 사이의 거대한 격차는 소수 기업의 초과이윤으로 축적된다.

이러한 부의 극단적인 집중도는 전면에 나선 플랫폼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인프라 밸류체인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이 단적인 예다. 이들은 직접적인 AI 서비스 기업은 아니지만 AI 구동에 필수적인 핵심 인프라를 과점하며 혁신의 과실을 빨아들이고 있다.

실제로 인공지능 수요 폭증에 힘입어 관련 핵심 메모리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70%대에 이르는 초격차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AI 혁신이 낳은 막대한 부가 생태계 하단으로 넓게 퍼지는 대신 최상단의 극소수 기업에게만 쏠리는 양극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기술혁신이 반드시 불평등만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산업·IT 혁명도 초기엔 혼란을 불렀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산업을 일으키고 필수품 가격을 낮춰 전체 삶의 질을 끌어올렸다. AI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울 긍정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기형적으로 집중된 부가 자본주의 경제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경쟁 복원과 부의 선순환 설계를

따라서 우리가 진정 시작해야 할 논의는 잘 버는 기업에 대한 시기가 아니라 시장경제 시스템을 지속하기 위한 룰의 재정비다. 우선 정부는 데이터 독점을 방지하고 진입장벽을 낮추어 후발주자나 스타트업이 끊임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 시스템을 강화하고 시장의 경쟁 환경을 복원해야 한다.

동시에 자연독점이나 기술적 우위로 발생한 과도한 초과이윤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사회적 환원 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단순히 일회성 복지기금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조세 체계 등을 통해 흡수한 뒤 AI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재교육과 미래세대를 위한 공공 AI 인프라 구축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성장에 대한 맹신을 넘어 공정한 분배와 경쟁의 틀을 그리는 정책적 지혜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우리는 리프킨이 꿈꾸었던 모두를 위한 진정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다.

유경원 상명대 교수 경제금융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