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석유최고가격제 시행으로 물가 0.4%p 낮추는 효과”

2026-07-02 13:00:02 게재

6월 소비자물가, 2년 6개월 만에 최대 폭 올라

중동전쟁 장기화 탓에 물가 두 달 연속 3%대

석유류 24.7% 급등하며 생활물가지수도 비상

쌀·달걀 오름세 속 정부 할인 품목은 하락세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첫 번째 배경은 중동전쟁 장기화다.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석유류 물가가 거의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작황 악화로 농산물 물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도 2년 2개월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물가당국엔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기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과 달걀·돼지고기·고등어 등 주요 먹거리 공급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재정경제부는 석유최고가격제 시행의 영향으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4%포인트(p)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제 시행 등 발 빠른 대응이 없었다면 6월 물가 상승률이 3.6%에 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농축수산물 물가도 3.2%↑ = 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3.2% 오르며 2년 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 초 발발한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치솟으면서 석유류를 비롯한 공업제품 가격이 급등한 결과다.

특히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24.7% 올랐다.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경유(33.7%), 휘발유(23.1%) 등이 일제히 올랐다. 이에 따라 석유류 가중치가 높은 공업제품 전체 물가도 4.4% 상승했다.

기름값만큼은 아니지만 먹거리 물가도 전반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 올해 3월(-0.6%)과 4월(-0.5%)까지만 해도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5월(2.2%) 반등한 이후 상승 폭을 더욱 키우는 모양새다.

부문별로는 축산물이 6.2%로 가장 많이 올랐고 수산물(3.7%), 농산물(1.1%)이 그 뒤를 이었다.

세부 품목별로는 밥상에 자주 오르는 식재료들의 상승 폭이 컸다. 파가 일 년 전보다 37.1% 폭등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쌀(11.7%), 조기(12.0%), 달걀(10.3%)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육류 중에서는 국산 쇠고기(7.5%), 수입 쇠고기(6.8%), 돼지고기(4.5%) 등이 일제히 올랐다.

다만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4% 상승에 그치며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정부의 가격할인 지원 등 적극적인 물가 안정 정책이 추진된 일부 품목은 확연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양배추가 전년 동월 대비 19.7% 하락해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당근(-13.4%), 배(-11.2%), 마늘(-11.0%), 오이(-11.0%), 무(-9.0%), 양파(-6.1%) 등도 일제히 값이 내리며 전체 물가의 급등을 방어했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오른쪽 두번째)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71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재정경제부 제공

◆7월 이후 물가 정점 지나갈까 =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6월 물가가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중동 정세에 묶여있던 고유가와 고환율 기조가 하반기로 접어들며 다소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양해각서(MOU)가 체결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재개되는 등 국제 유가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대외 공급 충격으로 급등했던 석유류 물가가 7월 이후부터는 점차 우하향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국가데이터처 관계자는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폭이 4월부터 국내 물가에 본격 반영되며 6월에 정점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종전 MOU 체결 등으로 유가 불안이 다소 완화된 만큼, 향후 석유류 가격 안정 여부가 하반기 전체 물가 흐름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3%대 이내로, 총력전” = 한편 정부는 석유최고가격제 시행 영향으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4%p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고 이날 밝혔다. 정부는 하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기 위해 농축수산물 할인과 달걀·돼지고기·고등어 등 주요 먹거리 공급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며 이같이 진단했다. 회의에는 재경부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데이터처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지난 3월 13일부터 시행한 석유최고가격제의 영향으로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중 0.4%p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진단했다.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6월 물가 상승률은 3.6%에 달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이 차관은 “6월 소비자물가는 수산물 상승세가 둔화하고 가공식품도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6월 초 채소 생육 지연 및 출하 감소, 가축전염병 영향 등으로 인한 농축산물 상승, 석유류 상승세 지속 등으로 상승 폭이 소폭 확대됐다”며 “민생물가 안정 대책 과제를 신속하게 집행해 하반기 물가상승률을 3% 이내로 관리하는 데 전 부처가 힘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최근 7차 석유 최고가격을 리터당 150원 낮췄으며 최고가격 인하가 주유소 소매가에 신속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불공정행위 단속 등 시장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발표한 1조원 규모의 재정을 투입하는 ‘민생물가 안정 및 서민 부담 경감방안’도 예정대로 추진한다.

이에 따라 7~8월 중 대규모 농·축·수산물 할인행사가 열리고 신선란 2억개가 추가 수입된다. 정부는 품목별 할인 가격을 모니터링하고 할당관세의 효과 점검을 위해 농식품부·해수부·관세청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통관·유통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