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북중 ‘새로운 역사 여정’의 그늘
2026년 6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은 북중관계가 다시 전략적 복원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7년 만의 방북이자 올해 첫 해외순방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북한을 여전히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양국은 ‘새로운 역사적 여정’을 선언하며 전통적 우호와 전략적 협조를 강조했지만, 화려한 정상외교 이면에는 쉽게 봉합되지 않는 이해충돌과 상호불신이 여전히 남아 있다.
국제정치에서 정상회담은 발표된 합의보다 언급되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번 북중회담에서 가장 눈에 띈 변화는 ‘비핵화’의 실종이었다. 과거 중국은 북한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지만, 이번에는 ‘주권과 안전’ ‘전략적 협조’ ‘발전이익 수호’가 이를 대신했다.
그러나 이를 중국의 북한 핵보유 인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 중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공식 인정할 경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확산,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한미일 안보협력 심화라는 전략적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중국의 침묵은 비핵화 원칙 포기라기보다는 공개 압박을 유보한 전략적 선택에 가깝다. 중국 외교문법에서 언급 회피는 묵인이 아니라 ‘미결’의 표시다. 합의가 안되면 일단 덮어두는 ‘구동존이(求同存異)’ 방식이다. 북한은 이를 사실상의 정치적 승인으로 활용하려 하겠지만 중국은 어디까지나 전략적 관리 차원의 선택이라고 규정할 것이다.
화려한 정상외교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
시진핑 방북의 또 다른 배경은 북러 밀착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은 러시아와 사실상의 군사동맹으로 협력을 확대하며 중국 의존도를 낮췄다. 이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 약화를 의미하며, 시진핑의 평양행도 북한을 다시 중국의 전략적 영향권 안에 묶어두려는 목적이 컸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의도대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중관계를 ‘국가의 제1 전략사업’이라고 치켜세웠지만, 정작 중국이 강조한 군사교류 확대와 국경개방은 북한 매체에서 축소하거나 생략했다. 중국과의 협력은 확대하되, 러시아와의 밀착을 희생하거나 중국의 영향권에 편입되는 모습은 피하려는 계산이다.
군사협력을 둘러싼 양국의 시각차도 적지 않다. 중국은 외교·법집행·군대 분야 협력을 강조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의 부각하지 않았다. 국방 자주성을 중시하는 북한은 중국의 군사적 개입이 확대되는 인상을 경계한다.
경제협력 역시 기대만큼 빠르게 진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경 통상구 재개방과 철도·항공편 운행, 관광 확대 등이 발표됐지만 이는 새로운 지원이라기보다 기존 교류의 정상화에 가깝다. 중국이 유엔 대북제재의 해제를 공표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협력은 관광·농업·보건·접경무역 등 제재의 회색지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해 출해 문제도 여전히 미해결 과제다. 이번 회담결과 발표에도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중국은 훈춘을 통한 동해 진출을 추진하지만 북한은 나선항과 두만강 하류를 경제적 가치 못지않게 안보적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
김주애가 이번 정상회담 공식 일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방중에 동행했을 때도 김주애는 공식 석상에서 배제된 채 북한대사관에 머문 적이 있다. 이는 부자 세습에 냉담한 태도를 가졌던 중국이 북한의 후계체제를 국제적으로 상징화하는 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외형적 화합과 달리 적지 않은 균열을 드러냈다. 근본 원인은 양국이 추구하는 전략목표의 불일치에 있다. 북한은 핵 보유를 고수하고, 중국은 이를 공식 인정하지 않았다. 북한은 경제지원을 원하지만 종속을 거부하고, 중국은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면서도 북한의 전략적 자율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북중관계는 여전히 협력과 갈등, 신뢰와 불신이 공존하는 ‘불편한 동행’이다.
북중 간 틈새에서 전략공간 찾아야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북중 밀착이라는 외형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균열과 한계를 읽어야 한다. 중국은 더 이상 자동적인 비핵화 중재자가 아니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를 병행 활용하는 균형전략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동북아 질서 역시 비핵화 협상에서 전략경쟁과 위기관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북중의 ‘새로운 역사 여정’은 시작됐지만 그 여정을 흔드는 구조적 갈등도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한국 외교는 바로 그 틈새에서 새로운 전략 공간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