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통합 다음 쟁점 ‘지방정부 권력구조’

2026-07-03 09:37:05 게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기관구성 다양화 연구 눈길

법 근거 있지만 적용은 없어

민선 9기 출범과 함께 광역 행정통합이 현실화되면서 지방정부 기관구성 다양화 연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행정구역을 합치는 논의가 실제 통합 지방정부 출범으로 이어진 만큼, 다음 단계에서는 새 지방정부의 권한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행사할 것인지까지 논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다. 2022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춰 기관구성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실제 적용 사례는 아직 없다.

한국행정연구 최근호에 실린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 형태의 선호 요인 연구: 지방공무원의 인식을 중심으로’(채민예·이주하)는 이런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진은 기관구성 다양화의 제도 설계와 운영 과정에 직접 관여할 지방공무원의 인식을 분석했다. 기존 연구가 주로 제도 한계나 외국 사례 소개에 머물렀다면, 이 연구는 어떤 조건에서 특정 기관구성 형태가 선호되는지를 경험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 의미를 뒀다.

기관구성 다양화는 단체장과 지방의회의 관계를 지역별로 다르게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지방정부는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분리하는 기관분리형이 기본이다. 그러나 법 개정 이후에는 의회가 리더를 뽑고 내각을 구성하는 기관통합형, 정치와 전문행정 기능을 결합한 절충형 등도 선택할 수 있는 모델로 논의될 수 있다.

이 논의가 다시 주목받는 것은 행정통합 국면과 맞물려 있다. 최근 광역 단위 행정통합이 여러 지역에서 추진됐고, 이 가운데 전남광주는 실제 통합 지방정부로 출범했다. 다른 지역도 민선 9기에서 광역 통합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광역 통합이 선례를 만들면 다음 단계에서는 생활권이 겹치는 기초 지방정부 간 통합 논의도 본격화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단체장 중심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지방의회 역할을 강화할 것인지, 전문행정관 같은 절충형 모델을 검토할 것인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연구진은 지방공무원 145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고, 이 가운데 185명의 응답을 분석했다. 분석에는 지역·주민·행정·정치 요인과 지역의 정치 성향이 반영됐다. 기관구성 형태는 기관분리형 기관통합형 절충형 세가지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기관구성 선호는 단순한 인구 규모나 재정자립도 같은 지역 구조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주민 공동체성이 높을수록 현행 기관분리형 선호가 강해졌고, 행정 전문성과 자치역량이 높게 인식될수록 절충형 선호가 나타났다. 지방정부 안의 권력관계가 수평적이고 균형적이라고 인식될수록 기관통합형과 절충형 선호가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이 결과는 행정통합 논의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통합 지방정부를 만들 때 행정구역과 명칭, 청사 위치만 정해서는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주민 참여와 대표성이 중요한 지역인지, 전문행정 역량이 축적된 지역인지, 단체장과 의회 권력관계가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따라 적합한 기관구성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 지방정부 통합 논의에서는 기관구성 다양화가 더 현실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 규모가 커진 통합시·군·구에서 기존단체장 중심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지방의회 중심 운영을 강화할 것인지, 전문행정 기능을 보완한 절충형 모델을 도입할 것인지가 지역별로 달라질 수 있다. 주민 생활권 통합이 행정 효율성의 문제라면 기관구성 다양화는 통합 이후 민주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의 문제다.

다만 연구진은 결과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주민 전체가 아니라 기관구성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공무원의 인식을 분석한 것이어서 지역사회 전체의 선호로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주민 지방의원 시민단체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기관구성 다양화 논의가 더 이상 추상적인 제도론에 머물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행정통합이 본격화될수록 새 지방정부의 규모와 권한은 커진다. 그 권한을 현행 단체장 중심 구조에 그대로 둘 것인지, 의회와 행정전문가가 나눠 맡도록 할 것인지는 민선 9기 이후 지방자치의 다음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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