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성별임금격차 평가는 갈등만 키운다
전체 격차만으론 제대로 된 원인 짚을 수 없어 … 저임금 기업 쏠림과 동일노동 차별은 다른 문제
“성별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평가가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성별희소직종에서 성별임금격차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단편적인 분석에서 벗어나 실제 현실을 잘 반영할 수 있는 평가가 필요합니다.”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만난 박채연 학생(23세)은 이렇게 말했다. 성별희소직종은 한쪽 성별의 종사자가 극히 적은 직종이다. 표본 자체가 작아 평균 임금격차 통계의 신뢰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격차의 원인(진입장벽 대 동일노동 차별)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방법론적 한계가 있다. 성별임금격차는 동일한 노동시장에서 남성과 여성 노동자가 받는 임금의 차이를 뜻한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을 전공 중인 박채연 학생은 ‘청년 공존·공감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청년 공존·공감위원회는 청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성별균형 정책 과제를 발굴한다. △채용·일터 △사회·문화 △안전·건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중간보고회가 4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채용·일터 분과에서 활동 중인 박채연 학생은 “성별 희소직종 진입 촉진을 위한 특화 직업훈련 및 인턴십, 취업연계 트랙을 운영하는 등 성별 직종분리 완화로 개인의 진로 선택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직업선택 다변화와 조직문화 혁신은 장기적으로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성별 임금격차는 최근의 문제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평등임금공시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기도 했다. 고용평등임금공시제는 기업의 성별 임금 현황과 고용 실태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성별임금격차를 완화하고 공정한 보상체계를 확산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 4월 3일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남녀 노동자의 고용 현황과 임금 격차 등을 공개하는 내용의 ‘양성평등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OECD 회원국 상당수가 민간기업의 성별임금격차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도입 취지는 좋지만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현실화를 위해서는 섬세한 정책 설계가 필수다. 성별임금격차를 잘못 해석하면 기업은 물론 젠더 갈등을 더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성별임금격차는 여성의 결혼이나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성별 직종 분리 등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잘 짚어낼 수 있도록 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전체 임금 평균 격차만을 두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OECD의 ‘OECD 국가의 성별임금격차 보고-임금 투명성 제도의 도입, 모니터링, 개혁을 위한 가이드’ 보고서에도 단순히 전체 평균 격차 하나만 공개하는 방식으로는 문제의 원인을 짚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OECD 회원국 중 21개국이 이미 민간기업에 성별 임금격차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면서도 “프랑스 영국 호주 등 주요국은 임금 정보를 직군별·연공별·연령별로 세분화해 공시하도록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일부 국가의 경우 여기서 더 나아가 ‘동일임금 감사’라는 별도 절차를 두어 기업이 직무평가 기준 자체를 점검하도록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국제적 흐름은 국내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확인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지난해 월간노동리뷰 7월호에 실린 ‘성별임금격차 완화를 위한 임금투명성 정책 도입’에서도, 단순히 전체 임금 평균만 비교해서는 격차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짚었다.
‘성별임금격차 완화를 위한 임금투명성 정책 도입’에서는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를 활용해 비슷한 능력을 가진 남녀 간 임금격차의 원인을 분석했다. 같은 회사 안에서만 비교했을 때(일원고정효과 분석)는 격차의 약 2/3가 기업 내부에서, 약 1/3이 기업 간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방식은 업무나 책임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격차와 불공정한 격차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 같은 회사의 비슷한 노동자끼리 다시 비교하는 분석(이원고정효과)을 추가로 실시했다. 그 결과 격차의 약 30%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회사에 몰려 취업하기 때문이었다. 약 13%만이 동일가치노동을 하고도 여성이 덜 받는 ‘순수한’ 차별에 해당했다.
이는 하나의 지표만으로 성별임금격차를 진단하면 정책의 방향 자체가 엉뚱한 곳을 겨냥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격차의 상당 부분이 ‘여성이 저임금 기업에 몰리는 구조’에서 비롯된다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처방은 재택근무 같은 유연근무제나 출산 후 여성의 재취업을 지원하는 가족정책 쪽에 가까워야 한다. 반면 동일 직무·동일 조건에서도 임금을 덜 주는 좁은 의미의 차별이 문제라면, 처방은 기업 내부의 임금 결정 구조와 승진 관행을 들여다보는 쪽이어야 한다.
‘성별임금격차 완화를 위한 임금투명성 정책 도입’에서도 “성별임금격차가 단순히 사용자가 주는 임금 액수에서만 기인하지 않기 때문에 임금격차뿐만 아니라 고용격차와 같이 노동시장 전반에서 발생하는 성별에 따른 불평등도 함께 보여줄 수 있도록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고용평등임금공시제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격차의 ‘결’을 나눠 보여주는 지표 설계가 함께 논의돼야 하는 이유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