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파트너스 중징계, 사모펀드 운용사 중 첫 사례
금융감독원, 출자자 이익 침해·내부통제 미흡 판단
홈플러스 피해구제 노력, 감경 사유 인정 못 받아
금융위 제재 확정 전까지 추가 방안 내놓을지 주목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에 직무정지와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결정하면서 기관전용 사모펀드(GP)에 대한 첫 중징계 사례가 현실화됐다. 이번 제재는 출자자 보호 의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GP에도 엄격하게 적용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2일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MBK파트너스에 대한 직무정지와 기관경고 등 중징계안을 의결했다. 제재심은 홈플러스 상환전환우선주(RCPS) 조건 변경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출자자(LP) 이익이 침해됐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통제도 미흡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지난해 홈플러스 사태 이후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를 벌여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 과정에서 불건전 영업행위와 내부통제 의무 위반 등을 적발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위반 혐의 중 가장 큰 쟁점은 홈플러스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이뤄진 상환전환우선주(RCPS) 조건 변경과 상환권 포기다.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는 홈플러스와 RCPS 발행 조건을 변경하는 합의서를 체결했고, 홈플러스는 RCPS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회계 처리했다. 이에 따라 재무제표상 부채비율은 낮아졌지만 RCPS 투자자들의 상환권은 사실상 약화됐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 등 LP의 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낮아져 결과적으로 출자자 이익이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GP가 출자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내부통제도 미흡했다는 것이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RCPS 조건변경이 실제 출자자 이익 침해에 해당하는지,이를 MBK파트너스의 제재 사유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추가적인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판례와 관련 법리를 추가 검토한 뒤 제재심을 재개했고, 결국 위법요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해 직무정지와 기관경고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제재가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면 기관전용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GP가 금융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첫 사례가 된다. 다만 직무정지는 홈플러스 인수와 관련된 펀드 업무에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펀드의 추가 자금조달과 관련 업무는 제한되지만 다른 블라인드펀드 운용이나 신규 투자 활동까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직무정지보다는 기관경고에 따른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의 국내 사모투자 위탁운용사 선정 및 관리기준에 따르면 법령 위반으로 기관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운용사는 위탁운용사 선정 절차를 중단하거나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 최대 사모투자 출자기관(LP)인 만큼 기관경고가 확정될 경우 신규 펀드 조성과 출자 유치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연금 출자 여부는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외 신인도 저하도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회생절차 과정에서 피해구제에 적극 나설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은 통상 제재 양정을 결정할 때 피해 회복 노력과 사후 수습, 자진 시정 여부 등을 감경 요소로 고려한다.
그러나 금감원 제재심은 현재까지 MBK파트너스의 사후 수습 조치가 제재를 감경할 정도로 충분히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에서 최종 의결을 하기 전까지 MBK파트너스가 추가적인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할 경우 제재 수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마지막 변수로 남아 있다.
금감원 제재 결정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RCPS 조건 변경은 당시 홈플러스의 재무구조 개선과 기업가치 보전을 통해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운용 판단이라는 점을 충실히 소명해왔고, 국민연금이 투자한 RCPS와 조건이 변경된 홈플러스 RCPS는 서로 다른 증권”이라고 반박했다. 또 “금감원 제재심 심의결과만으로 제재내용이 최종 확정되는 것은 아니고 금융위 심의·의결 절차가 남아 있다”며 “향후 관련 법적 절차를 통해 관련 쟁점에 관한 당사의 입장을 성실히 소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제재가 확정될 경우 MBK파트너스를 넘어 PEF 업계 전반에 대한 감독·검사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홈플러스 사태 이후 PEF의 단기 수익 추구와 사회적 책임 부족, 내부통제 미흡 등을 문제로 지적하며 검사 확대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 국내 대형 PEF인 스톤브릿지캐피탈에 대한 현장검사에 이어 올해 VIG파트너스에 대한 검사도 진행했다. 투자 규모와 법규 준수, 사회적 책임 이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사를 확대할 계획인 만큼, MBK에 대한 중징계는 다른 운용사들에 대해서도 출자자 보호 의무와 내부통제 책임을 엄격하게 묻는 첫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