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보유세 올리고 교육재정·연금 대수술해야” 강력권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고령화와 저출생 위기에 직면한 한국 경제에 경고장을 던졌다.
부동산 세제의 전면적 개편부터 국민연금 수급 연령 상향, 대학 등록금 동결 완화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축소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반의 구조적 모순을 전방위로 수술하라는 취지다.
◆한국경제 회복세엔 합격점 = 이달 말 정부의 2026년 세법개정안 발표와 기획예산처의 교육교부금 개편 조치를 앞둔 시점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다. 3일 재경부 등에 따르면 OECD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 한국경제보고서’를 발표했다. OECD는 2년마다 회원국의 경제동향을 점검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미래 대비 거시정책 △성장과 세입을 위한 세제개혁 △교육 및 평생학습의 스마트화 △기회의 지리적 지형 재편 등 4개 장으로 구성됐다.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6%, 물가상승률을 2.6%로 전망하며 지난해 내란사태와 최근의 중동전쟁 충격 속에서도 반도체 수출 호조와 정부의 신속한 위기 대응으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재정지출 압박이 가중되는 만큼 중장기적인 재정건전화와 지출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보유세 비중 턱없이 낮아 = OECD가 가장 구체적으로 언급한 분야는 부동산 세제개편이다. OECD는 한국의 전체 부동산 세수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0%로 OECD 평균인 1.6%의 약 2배에 달할 만큼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세금 왜곡이 적어 정책적 효율성이 높은 세목인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9.4%로 OECD 평균인 56.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거래세가 높으면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주택 매매를 미루는 동결 효과가 나타나 시장 마찰을 부추긴다. 반면 보유세는 한정된 주택 자원을 꼭 필요한 사람에게 배분하도록 유도한다. OECD는 전체 세수 총액은 변함이 없도록 유지하는 세수 중립적 방식을 전제로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올리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전환하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세제 전환이 주거 이동성과 고용시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시장가격 기반 과세로 전환하고 공실 주택이나 세컨드홈 등 활용도가 낮은 자산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라는 방안도 보탰다.
추가 세수 확보를 위해 간접세와 교정세를 우선 활용하라는 구체적 가이드라인도 나왔다. 부가가치세의 경우 한국의 세율이 10%로 OECD 평균인 19.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만큼 간이과세 적용범위와 저가 수입품 면세 범위를 축소해 과세기반을 넓히라고 조언했다.
◆연금개혁·정년연장 병행 권고 = 고령화에 따른 재정 위험을 통제하기 위한 연금개혁 권고안은 한층 더 과감해졌다. OECD는 현재 65세인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늦추고 이후에는 기대수명 증가분의 3분의 2만큼을 수급·납입 연령에 추가로 연동하는 포괄적 연금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개혁을 완수할 경우 청장년층의 노동시장 잔류를 유도해 2060년 한국의 GDP가 개혁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1.9%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연금 개혁과 연동해 정년 연장이나 정년 폐지 등을 통해 이를 일치시킬 것도 주문했다.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극심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꼬집었다. 연공급 임금체계와 경직된 정규직 고용보호 제도가 기업의 채용 부담을 키우고 재직자 대상 교육훈련 투자를 저해해 성인의 숙련 격차를 키운다는 분석이다.
◆교육재정 개혁도 권고 = 교육체계와 평생학습의 스마트화 항목에서는 한국 교육의 고질적인 모순을 짚었다. 한국 청년의 대학 이수율은 71%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비판적 사고와 자기주도적 학습 역량 배양보다는 대학 입시 경쟁에만 재원이 쏠려 성인이 된 이후의 역량은 급격히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특히 공적 지원 부족과 대학 등록금 인상 제한 규제로 인해 고등교육의 질이 크게 저하됐고 이는 학위 과잉공급과 맞물려 청년 고용난을 지속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초중고 교육은 학생 수가 급감함에도 내국세의 20.79%가 자동으로 배정되는 교육교부금 시스템 탓에 시도교육청 재정만 비대해지는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OECD는 대학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 고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한편 초중고 교육에 대한 세수 배정은 점진적으로 축소하라고 권고했다. 이는 현재 기획예산처가 추진 중인 교육교부금 개편 방향에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OECD의 권고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 향후 구조개혁 정책 추진에 참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