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건설업, 산업·청년고용·직업교육 연계 인력난 해소

2026-07-03 13:00:08 게재

고령화·AI 디지털화·친환경 전환, 할 일은 많고 일할 청년은 부족 … “직업전망과 성장경로 제시해야”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대에도 건설업은 여전히 숙련기술과 현장 경험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그러나 한국과 독일 모두 숙련기능인의 고령화와 청년층의 건설업 기피가 맞물리면서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다.

독일은 이를 단순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청년 일자리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한다. 건설업을 AI, 디지털 기술, 친환경 전환을 이끄는 미래 산업으로 재편하고 있다. 더 나아가 기업 현장훈련과 직업학교 교육을 결합한 이원화 직업교육을 통해 청년에게는 안정적인 경력과 성장 기회를, 기업에는 지속적인 숙련인력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 건설업이 AI 시대에도 높은 인력 수요를 유지하는 배경과 숙련인력 양성 전략을 살펴보고 청년고용정책과 산업정책, 직업교육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인력난을 해결하고 있는 독일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소개한다. 특히 청년에게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직업과 성장 경로를 제시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인력정책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독일 건설업은 현재 심각한 숙련인력 부족을 겪고 있으며 이는 건설경기보다도 더 큰 구조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은퇴 인구 증가와 청년층 감소, 디지털 기술 확산이 맞물리면서 숙련인력 양성이 국가적 과제가 됐다. 독일은 숙련인력 부족을 단순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과 디지털 전환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이원적 직업교육 강화 △공동훈련센터를 통한 실무 중심 교육 △재직자 디지털 재교육 △건설정보모델링(BIM)과 인공지능(AI)를 포함한 디지털 역량 강화 △해외 숙련인력 유치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 사진 https://www.azubister.de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가 없다”고 말하고 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호소한다. 역설적인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건설업이다. 숙련기능인의 고령화와 청년층의 기피 현상으로 인력난은 심화되고 있지만, 정작 청년들은 건설업을 미래 직업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청년실업과 산업현장의 인력 부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독일 역시 고령화와 숙련인력 부족이라는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독일은 이를 외국인 노동력 확대나 임금 인상이라는 처방에 의존해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다. 건설현장을 AI와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첨단산업으로 전환하고 직업교육과 연계해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산업으로 재편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

◆인공지능시대, 건설인력난 심화 = 이러한 정책의 배경에는 건설업의 인력 부족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독일 연방직업교육연구소(BIBB)와 노동시장직업연구소(IAB)가 공동 수행한 ‘미래의 자격과 직업(QuBe)’ 제8차 장기전망은 2040년까지 독일의 숙련인력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독일 전체 일자리의 약 1/3이 숙련인력 부족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보건의료와 돌봄서비스와 함께 건설업을 가장 심각한 인력 부족 산업이라고 보고다. 이는 단순한 노동공급 감소 때문이 아니라 인구고령화, 산업구조 변화, 친환경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건설 분야의 노동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과 기후중립 정책은 건설업 인력 수요를 더 확대하는 핵심 요인이다. 재생에너지 설비 확대, 건물 에너지효율 개선, 노후 건축물 리모델링, 전력망과 기반시설 확충 등은 모두 대규모 건설공사를 필요로 한다. 독일은 기후중립과 기후적응 정책의 이행만으로도 2040년까지 약 10만2000~15만70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이러한 수요는 건설과 에너지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즉 기존 주택 및 사회기반시설 수요에 녹색전환 투자가 더해지면서 건설업은 중장기적으로 높은 인력 수요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 사람의 손기술과 경험 중요 =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도 이러한 전망을 크게 바꾸지는 못할 것으로 평가된다. 건설업은 현장별 작업환경과 조건이 서로 다른 비정형 작업의 비중이 높고 숙련된 손기술과 경험, 실시간 상황판단, 안전관리 역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은 반복적이고 표준화된 제조공정보다 자동화 적용을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독일 정부와 연구기관은 AI가 건설업에서 노동을 대체하기보다 설계 공정관리 품질관리 안전관리 등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결국 AI와 디지털화가 확대되더라도 건설업은 숙련기술 의존성과 에너지전환에 따른 신규 수요가 결합되면서 2040년까지도 가장 심각한 숙련인력 부족 산업 가운데 하나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하면서 배우는 직업교육, 인력난 해소에 기여 = 독일은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원화 직업교육제도를 건설업 인력정책의 핵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기업 현장훈련과 직업학교 교육을 병행하는 이 제도에서 청년들은 학생이 아니라 훈련생으로서 임금을 받으며 숙련을 쌓는다. 건설업에서는 벽돌공, 콘크리트·철근공, 목수, 배관·설비공, 전기설비공 등 다양한 직종이 이 제도를 통해 양성된다.

훈련은 일반적으로 3년 내외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시간을 기업현장에서 실습하고 직업학교에서는 이론, 안전, 도면 해독, 수학, 재료공학 등을 교육받는다. 또한 독일 건설업은 산업별 노사단체가 공동 운영하는 건설직업훈련센터를 통해 중소기업 훈련생에게도 표준화된 실습교육을 제공해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을 확보하도록 지원한다.

최근에는 에너지전환에 대응해 건설·설비 분야 훈련 정원을 확대하고 건설정보모델링(BIM), 친환경 건축, 재생에너지 설비 등 디지털·친환경 기술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독일 건설업은 노사 산별협약에 따라 숙련 수준별 임금이 체계적으로 결정된다. 숙련 기능공의 세전 월급은 약 3800~4500유로(현재 환율 660만~780만원), 고숙련 기술인은 4800~5500유로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직업교육과 숙련 축적이 안정적인 소득과 경력 발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독일은 청년 일자리 문제와 산업의 인력난을 하나의 과제로 접근하고 있다. 건설업의 인력 부족은 단순히 노동 공급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의 미래 비전과 직업교육, 경력개발 체계가 청년들에게 충분한 매력을 제공하지 못할 때 심각해진다. 독일은 건설업을 디지털 기술과 친환경 전환을 이끄는 미래 산업으로 정의하고 이원화 직업교육을 통해 청년에게는 안정적인 경력 형성의 기회를, 기업에는 지속적인 숙련인력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독일 건설업은 청년고용정책과 산업정책, 직업교육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지속가능한 해법을 마련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