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건국 250주년 행사도 정치화?
“국가기념사업 사유화”
기부금 유도·특혜 의혹
미국 독립 250주년 기념사업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적 기념행사를 정치적·개인적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2일(현지시간) 공개한 조사보고서에서 백악관이 초당적으로 추진해 온 건국 250주년 기념사업을 사실상 장악해 정치적 후원금 모집과 지지층 결집, 역사관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날 보도에서 민주당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 아래에서 미국 250주년 기념행사가 부패와 자기이익 추구의 온상으로 변질됐다”며 “국민적 기념사업이 대통령의 자아(ego), 정치 이념, 개인 프로젝트를 위한 자금조달 장치로 전락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주장”이라고 전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백악관이 후원하는 민간단체 ‘프리덤 250(Freedom 250)’이 있다. 미국 의회는 2016년 초당적 기구인 ‘아메리카250(America250)’를 설립해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를 준비토록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별도 조직인 프리덤250을 앞세워 사실상 주도권을 가져갔다고 주장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보고서를 인용해 일부 기업과 개인 후원자들이 아메리카250에 기부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프리덤250 계좌번호를 안내받았다는 내부 증언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또 프리덤250이 기업 후원 패키지를 판매하면서 최대 1000만달러 이상을 후원한 기업에 대통령과의 특별 접촉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대통령과의 기념사진 촬영 기회까지 후원 등급별 혜택으로 제공됐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 수집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보고서는 프리덤250 행사 참가 등록 시스템이 트럼프 선거캠프 출신 인사들이 설립한 정치 데이터 기업과 연결돼 있으며 행사 참가자들의 개인정보가 공화당 정치 네트워크에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사 해석 논란도 불거졌다.
민주당은 프리덤250이 운영하는 이동식 전시관 ‘프리덤 트럭’이 미국 건국 역사를 기독교 민족주의 관점에서 재구성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가 국립공원과 연방기관에서 노예제도, 원주민 강제이주, 기후변화 관련 설명을 축소하거나 삭제하려 한다고도 비판했다. 하원 천연자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재러드 허프먼 의원은 “미국 역사의 복잡한 부분을 지워버리고 특정 우파 이념에 맞는 국가 정체성을 만들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프리덤250 측은 “민주당이 역사적 행사를 정쟁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대니얼 알바레스 대변인은 WP에 “기부자를 오도했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이며 프리덤250은 미국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의 기념행사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