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환경과학 이야기
흔들리는 먹이사슬 ‘10% 법칙’…어업·축산 연쇄 반응
실측치 분석 결과 통념 깨져
육상은 1/10 수준에 불과해
생태학의 오랜 ‘10% 법칙’이 깨지는 걸까. 먹이사슬에서 한 단계 올라갈 때마다 에너지의 10%만 전달된다는 기존 정설이 실제 자료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법칙은 어업 자원량 산정이나 축산업 사료 효율 계산 등 실제 정책과 산업 현장에서도 기준으로 활용되어온 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육상 생태계에서는 이 수치가 통념의 1/10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육상 생태계 에너지가 훨씬 더 많이 새어나가고, 비효율적으로 전달된다는 의미다.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의 논문 ‘생태계 내·외부의 영양단계 전달효율(TTE)에서 나타나는 체계적 변이’에 따르면, 평균 에너지 전달효율은 5.92%에 불과했다. 그동안 정설로 통해온 10%보다 유의하게 낮았다. 이는 전 세계 122개 연구에서 수집한 2052개 실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10% 법칙은 1942년 미국 생태학자 레이먼드 린더만이 담수호 한 곳을 조사해 제시한 이후 생태계 모델과 지속가능성 논의의 기초로 쓰여 왔다. 중국 베이징대와 독일 예나대·라이프치히 통합생물다양성연구센터(iDiv) 등 국제 공동연구팀은 “그동안의 추정치는 대부분 질량균형 모델(Ecopath 등)에 기반했다”며 “실제 측정값을 폭넓게 종합한 검증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논문에서 언급했다.
연구팀은 1942년 린더만이 법칙을 처음 제시한 이후 발표된 문헌을 대상으로 데이터베이스 검색을 실시해 찾은 1543편을 검토해 선별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 실측 기반 연구 122편과 자료 2052개를 확보했다. 영양전달효율(TTE)은 △섭식(먹이를 얼마나 먹는지) △동화(먹은 것 중 얼마나 흡수하는지) △생산(흡수한 것 중 얼마나 몸이 되는지) 등 세 단계 효율의 곱으로 정의된다. 이 가운데 탄소 기반 에너지 전달효율(TTEe) 1563개, 질소·인 등 영양분 전달효율(TTEn) 489개를 따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에너지 전달효율은 생태계 유형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해양 생태계가 8.13%로 가장 높았다. 이어 담수 5.53%, 육상 1.52% 순이었다. 해양의 경우 통계적으로 10%와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담수와 육상은 모두 10%를 크게 밑돌았다. 논문에서는 바다의 플랑크톤이 영양가가 높고 소화가 쉬운 반면, 육상 식물은 셀룰로오스·리그닌 같은 단단한 구조 물질에 에너지를 많이 투자해 소화·흡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질소·인 등 영양분 전달효율은 평균 11.13%로 10% 법칙과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논문에서는 소비자가 섭식하는 자원보다 체내 영양분 대 탄소 비율이 높아 영양분을 탄소보다 더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온도와의 관계도 나타났다. 담수 생태계에서는 수온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전달효율이 유의하게 낮아졌다. 온도가 오르면 생물이 호흡(에너지 소모)에 쓰는 비중이 커지고 몸을 만드는 데 쓰는 비중은 줄어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해양과 육상에서는 온도 범위가 좁아 유의한 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소비자의 특성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종속영양생물(다른 동물)을 먹는 소비자는 독립영양생물(식물·조류)을 먹는 소비자보다 전달효율이 높았고, 체온을 스스로 조절하는 내온동물은 체온 유지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탓에 전달효율이 특히 낮았다. 영양단계가 높아질수록(먹이사슬 상위로 갈수록) 전달효율은 대체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기존 모델 기반 추정치(Ecopath 모델 270개 분석 결과 평균 10.49%)가 이번 실측치보다 높게 나온 이유로 수출 생산(다른 생태계로 빠져나가는 생산량) 과소평가와 부니(죽은 유기물) 생산 누락 가능성을 꼽았다. 다만 이번 연구는 한계도 있다. 데이터가 수생 생태계에 치우쳐 있어 육상 생태계 표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또한 기후변화 등 환경 변화가 전달효율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실험한 연구는 17건에 그쳐 온난화가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논문에서는 “10% 법칙에 기반한 기존 생태계 모델들은 상위 영양단계가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량을 체계적으로 과대평가해왔다”며 “이번 결과는 어업·축산업 관리와 최상위 포식자 보전 전략을 다시 짜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