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첨단 극자외선(EUV) 장비 손에 넣었나
미 의혹 제기에 ASML 반박
쟁점의 핵심은 DUV 통제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확보했는지를 두고 미국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이 맞서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5일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ASML에 EUV 장비 1대가 중국으로 넘어갔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EUV는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쓰이는 최첨단 칩 생산의 핵심 장비로, 세계에서 ASML만 만든다.
ASML은 즉각 반박했다. 회사는 지금까지 생산한 EUV 장비 340대의 위치를 모두 알고 있으며, 폐기된 26대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ASML은 “중국에 EUV 장비를 보낸 적도, EUV 장비용으로 특별히 설계된 부품이나 모듈, 장비를 중국에 보낸 적도 없다”고 밝혔다. 장비 운송과 주요 부품 취급도 ASML 엔지니어가 맡고, 장비 상태는 온라인으로 감시된다는 설명이다.
네덜란드 정부도 미국 주장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스요르드 스요르드스마 네덜란드 무역장관은 지난달 워싱턴을 찾아 네덜란드가 EUV 기술 수출통제를 엄격히 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일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조사하거나 기소할 사안이 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미국 의혹을 조사 중인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논란의 초점은 EUV 완제품에서 구형 심자외선(DUV) 장비로 옮겨가고 있다.
업계 전문가 다수는 ASML의 EUV 장비 전체가 중국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은 낮게 본다. 대신 관련 부품이 공급망이나 제3자를 통해 흘러갔을 가능성, 또는 실제 쟁점이 DUV 장비 수출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ASML의 중국 DUV 관련 수출은 2025년 매출의 약 3분의1을 차지했다.
DUV는 EUV보다 오래된 장비지만 중국에는 중요한 우회로다. 중국 반도체기업 SMIC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는 DUV 장비로 회로를 여러 차례 나눠 새기는 ‘멀티패터닝’ 방식으로 7나노미터 미만 로직 칩 생산을 시도해왔다. EUV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불량률도 높지만, 최첨단 장비 없이 미세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대안이다.
미국은 통제를 더 넓히려 한다. 4월 발의된 ‘매치법’은 중국에 대한 DUV 장비 판매뿐 아니라 이미 중국에 들어간 DUV 장비의 유지보수, 예비부품, 소프트웨어 지원까지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네덜란드는 미국 법을 동맹국 기업에 적용하려는 압박이 과도하다고 반발한다. 결국 중국이 EUV 완제품을 확보했다는 주장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의 DUV 활용 능력을 어디까지 막을지를 두고 미국과 유럽의 균열은 커지고 있다.
양현승 기자 hsy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