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악화 물질로 치료제 깨운다

2026-07-06 15:41:33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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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병든 뇌에서만 활성화되는 전구약물 개발 … 동물실험서 인지 기능 개선

국내 대학 연구진이 치매를 악화시키는 물질을 이용해 병든 뇌에서만 약물이 작동하는 치료 기술을 개발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증가하는 과산화수소를 약물 활성화 신호로 활용한 전구약물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에서 인지 기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KAIST는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이 전남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연구진과 공동으로 알츠하이머병 뇌에서만 활성화되는 전구약물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기존 치매 치료제는 특정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았다. 반면 이번 기술은 병든 뇌의 환경 자체를 이용해 약물이 필요한 곳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구약물은 처음에는 약효가 없지만 몸속 특정 환경에서 활성형 치료제로 바뀌는 약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에서 많이 생성되는 과산화수소에 반응해 치료 물질로 전환된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과산화수소가 세포를 손상시키는 유해물질로만 여겨졌다. 연구팀은 이를 제거 대상이 아니라 약물을 작동시키는 신호로 활용했다. 개발한 전구약물은 건강한 뇌에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지만, 치매가 진행되는 뇌에서는 활성형 치료 물질로 바뀐다.

활성화된 약물은 과산화수소 등 활성산소종을 줄이는 동시에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응집도 억제했다. 연구팀은 약물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구조 변화를 유도해 독성이 강한 덩어리로 커지는 것을 막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서도 효과가 나타났다. 약물은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뇌 안에서 치료 물질로 전환됐고, 장기간 약물을 투여한 생쥐에서는 해마의 산화 스트레스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이 감소했으며, 기억력과 공간 인지 능력도 개선됐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치료 효과를 높이면서도 부작용은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매 치료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파킨슨병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 치료에도 활용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미희 교수는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과산화수소를 약물 작동 신호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병든 조직에서만 약이 활성화되는 치료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KAIST 화학과 이지민·홍은서 석박통합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Small’에 게재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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