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까지 간 트럼프 외교…유럽 “레드라인 넘었다”
FIFA 징계 번복에
벨기에·UEFA 반발
FIFA는 미국 대표팀 스트라이커 폴라린 발로건(25·AS모나코)에게 내려졌던 1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경기 직전 철회했다. 발로건은 레드카드를 받아 벨기에와의 월드컵 16강전 출전이 금지됐지만, FIFA가 징계를 뒤집으면서 출전이 가능해졌다.
논란의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그는 지난주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레드카드 판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장면은 파울도 아니었고 반칙조차 아니었다”며 “최고의 선수들이 뛰는 경기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직접 개입 의혹은 부인했다.
그러나 유럽의 반응은 거세다. 막심 프레보 벨기에 외무장관은 “전화 한 통이 이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설명하는 이유라면 축구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벨기에축구협회도 발로건의 출전 자격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FIFA는 절차상 자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유럽축구연맹(UEFA)은 “레드라인을 넘은 전례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벨기에 총리실은 총리의 반려묘 명의 SNS 게시물을 통해 “레드카드? 그래도 난 뛸 거야!”라고 비꼬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스포츠 문제를 넘어 정치적 파장으로 번지고 있다. 유럽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주장과 대유럽 관세 압박, 국방비 증액 요구, 주유럽 미군 감축 가능성 제기 등으로 미국과의 관계가 이미 악화된 상태다.
유럽 정상들은 8일 튀르키예에서 개막하는 NATO 정상회의에서 국방비 증액 성과를 내세워 미국의 동맹 이탈을 막겠다는 전략이지만, 이번 축구 논란으로 반미 여론이 한층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브뤼셀 싱크탱크 브뤼헐의 제이컵 펑크 키르케고르는 “이번 사건이 이미 트럼프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 유럽 우파 지도자들이 미국 대통령과 보조를 맞추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