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겪은 충북, 여름재난 대응 비상
신용한 “도민 안전 최우선”
이장섭 1호 결재도 ‘안전’
오송참사를 겪은 충북 지방정부가 민선 9기 출범 직후부터 여름철 재난 대응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장마·극한호우·폭염이 본격화되는 시기와 새 단체장 취임이 맞물리면서 재난안전 대응이 초기 행정능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되고 있다. 오송참사 이후 재난 대응 실패가 행정 책임을 넘어 단체장 개인의 법적 책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새 단체장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신용한 충북지사는 6일 취임 후 첫 직원조회에서 민선 9기 도정 운영 원칙으로 ‘도민 안전 최우선’을 제시했다. 신 지사는 “재난은 발생한 뒤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기 전에 막아내는 것”이라며 여름철 집중호우와 폭염 등 자연재난에 대비한 사전 예방과 현장 점검 강화를 주문했다. 재난 발생 때는 신속한 상황 전파와 현장 중심 대응, 체계적인 복구로 도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오송참사 발생 지역인 청주시의 행보도 눈에 띈다. 이장섭 시장은 2일 취임 후 첫 결재로 ‘청주시 안전보건 경영방침 개정 계획’을 승인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수립하는 안전보건 경영방침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기본 방침이다. 개정안에는 위험성 평가를 통한 유해·위험요인 사전 발굴, 구성원 참여와 소통을 통한 안전문화 조성, 도급·용역·위탁 관계자와의 안전보건 정보 공유 및 협력체계 구축 등이 담겼다. 이 시장은 대기업 유치와 150만 도시 구상 등 성장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첫 행정행위는 안전으로 잡았다. 재난 대응 실패가 곧바로 행정 책임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실제 민선 8기 충북 단체장들은 오송 참사 이후 강한 압박을 받았다. 이범석 전 청주시장은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된 미호강 임시제방과 관련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현직 지방정부 단체장이 중대시민재해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였다. 김영환 전 충북지사는 같은 사건과 관련해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유족과 시민사회는 도정 책임론을 계속 제기해 왔다.
충북의 다른 시장·군수들도 취임 직후 발빠르게 재난 취약지역을 살피고 있다. 이상천 제천시장은 1일 취임식 직후 여름철 풍수해와 폭염 종합대책을 보고받았고, 최재형 보은군수도 취임식 뒤 소하천 정비사업과 급경사지·비탈사면 정비사업 현장을 찾아 여름철 재난 대비 상황을 살폈다. 조병옥 음성군수는 민선 9기 군정방침 첫머리에 ‘생명존중 안전사회’를 내세웠고, 황규철 옥천군수도 민선 9기 출범 전부터 장마철 풍수해 대비 점검회의를 열고 집중호우 발생 때 주민 대피 기준과 대피 장소, 지원 방안 등을 점검했다.
충북지역 단체장들의 안전 행보를 단순한 취임 이벤트로 보기는 어렵다. 2023년 7월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충북 재난행정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냈고, 이후 재난 대응은 지역 행정의 핵심 평가 기준이 됐다. 특히 극한호우가 일상화되면서 하천·지하차도·급경사지·산사태 취약지 관리와 주민 대피체계는 단체장 책임과 직결되는 사안이 됐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재난 대응 실패는 정치적 책임을 넘어 수사와 재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며 “특히 여름철 장마 대응은 새 단체장들이 맞는 첫 현장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