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 침공’ 교차지원 학생들 어디에 있을까
통합수능 5년차 늘어난 교차지원자 적성 안 맞아 이탈률 늘었나 … 더 좋은 대학 위해 ‘반수 희망’ 64%
2022학년 수능은 큰 변화가 있었다. 국어·수학 영역이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 체제로 바뀌었고, 문·이과 구분 없이 공통으로 성적을 산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적분 또는 기하, 과탐을 선택한 자연 계열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표준점수를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리한 입지를 확보한 자연 계열 학생들은 선호도 높은 대학에 합격하고자 인문 계열 전공에도 적극 지원했다. 일명 ‘문과 침공’이 본격화한 것이다.
당시 몇몇 전문가는 대학 합격만을 고려한 선택이 전공 부적응, 대학 중도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서울권 대학의 중도 이탈률이 매년 상승세를 보이면서 대학의 고민이 커지기도 했다. 통합형 수능 도입 5년 차인 지금 교차지원을 선택한 학생들은 어디에 있을까?
교차지원이 본격적으로 확대된 것은 통합형 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부터다. 공식적인 문·이과 구분은 사라졌으나 실제 학생들은 이후에도 진로에 따라 내신·수능 선택 과목을 달리 선택했다.
자연 계열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수능에서 주로 과탐과 미적분 또는 기하를 응시했다. 2024학년까지는 정시에서 자연 계열 지원자의 수능 응시 과목을 지정하는 대학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차지원 확대가 낳은 우려
상위권의 경우 표준점수의 유리함 역시 해당 과목을 선택하는 이유였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아져 일반적으로 과탐, 미적분·기하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사탐, 확률과 통계보다 높게 형성됐다. 2024 수능에서는 미적분과 확률과 통계의 표준점수 최고점의 차이가 10점 이상 벌어졌다. 그 결과 자연 계열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정시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곧장 교차지원의 확대로 이어졌다. 정시는 수시에 비해 전공보다 대학을 우선해 지원하는 경향이 강하다. 인문 계열 모집 단위에 지원하면 선호도 높은 대학에 합격할 여지가 생긴다는 이야기가 퍼지자 학생들의 선택이 달라졌다. 2022학년 정시에서 과탐 선택자가 인문 계열에 교차지원한 비율은 25.9%를 기록했으며, 2024학년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언론에서는 이를 두고 ‘문과 침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합격선과 선호도가 높은 대학은 교차지원 비율도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형 운영 방식의 변화에 따라 증가와 감소가 엇갈리나, 대부분 40~60%를 기록했다. 2025학년엔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교차지원 비율 역시 하락했지만 이들 대학은 대부분 30% 이상을 유지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학은 서강대로 2022학년 교차지원 비율은 75.8%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꾸준히 60% 이상을 웃돌았다.
교차지원=‘반수’ 증가?
교차지원이 확대되면서 일각에서는 신입생의 전공 부적응과 중도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수능 위주 전형 합격생은 상대적으로 중도 이탈률이 높게 나타난다. 전공보다 대학을 우선해 지원하는 경향, 수능은 재도전 시 성적을 높이기 용이하다는 인식 등의 영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문 계열에 입학한 자연 성향 학생들이 전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학업에 어려움이 있어 적극적으로 대입 재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웨이가 2022년 7월 총 456명의 수험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문 계열에 지원해 합격한 자연 계열 학생 중 60.9%가 반수를 희망했다.
반수를 결심한 이유 중 ‘평소 가고 싶었던 학과를 가기 위해’는 20.0%, ‘현재 대학이나 학과가 마음에 안 들어서’는 15.0%를 기록했다. 다만 교차지원을 하지 않은 자연 계열 학생의 48.9%도 반수를 희망한다는 점, 교차지원 합격자의 반수 희망 사유 중 ‘합격선이 더 높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대학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가 63.8%로 가장 많다는 점은 우려와 실제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교차지원과 중도 이탈의 관계
실제 교차지원의 확대는 대학생의 중도 이탈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전국 4년제 대학의 재적 학생 중도 이탈률부터 살펴보면 2021년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2020년 4.6%였던 중도 이탈률이 0.4%p 상승해 2021년에는 5.0%를 기록했다.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수능 위주 전형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중도 이탈률도 함께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중도 이탈률은 2022학년부터 2024학년까지 꾸준히 상승했으나 상승 폭은 0.1~0.2%p로 전보다 크지 않았다. 교차지원 확대가 중도 이탈률 상승으로 이어졌더라도 정시 확대만큼의 영향력은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교차지원이 활발했던 일부 대학의 신입생 중도 이탈률을 해당 대학의 교차지원 비율과 비교하면 증가·감소의 추세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고려대와 성균관대 한양대의 경우 2023학년 교차지원은 줄었지만 신입생 중도 이탈률은 상승했다. 마찬가지로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의 2024학년 교차지원 비율과 중도 이탈률은 상반된 양상을 보인다. 성균관대의 경우 교차지원이 확대된 2022학년의 중도 이탈률(9.74%)이 2021년(10.3%)보다 낮았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앞서 말한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양대 등 6개 대학의 2022~2024년 중도 이탈률을 계열별로 정리한 결과, 인문·사회 계열과 상경 계열의 중도 이탈률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인문·사회 계열은 2022학년 1.95%에서 2024학년 2.49%로, 상경 계열은 2.01%에서 2.34%로 각각 0.54%p, 0.33%p씩 올랐다. 반면 자연 계열은 2023학년 하락했다가 2024학년 반등했는데, 2022학년과 2024학년 중도 이탈률의 차이는 0.1%p밖에 되지 않는다. 즉, 인문·사회와 상경 계열의 중도 이탈률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크다.
다만 중도 이탈 규모 자체는 자연 계열이 인문·사회 계열과 상경 계열을 합친 것보다 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2025학년 의대 증원, 첨단학과와 계약학과 신설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합격선이 더 높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반수를 선택하는 학생도 많다고 말한다.
허 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엔 논술전형 모집 인원이 증가하면서, 이를 대입에 재도전할 기회로 보고 반수를 준비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이렇게 대학 안에서 반수를 선택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다른 학생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라고 설명한다. 오원경 경기 용인홍천고 교사는 “올해는 교차지원으로 인한 전공 부적응보다는 통합형 수능 도입 전에 한 번 더 도전하자는 마음 때문에 반수를 선택한 학생이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성공적인 교차지원 진로 탐색에 달려 있어
전문가들은 교차지원으로 합격했다가 학업에 어려움을 호소하며 반수를 선택하는 학생이 종종 발견된다고 말한다. 이들은 고교 시절 수학·과학 과목을 주로 공부하다 보니 정해진 답이 없는 인문·사회 학문의 특성이나 자신의 논리를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수업 방식을 낯설게 느낀다. 성공적인 교차지원을 위해서는 지원 전 전공 탐색을 충분히 하는 것이 좋다.
실제 교차지원을 선택한 학생 중에는 전공에 만족하며 대학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 중 일부는 고교 시절엔 진로가 명확하지 않았던 학생들이다. 최근 고교 현장에서는 과목 선택 인원, 학업 분위기, 졸업 후 취업 문제 등을 고려해 입학 직후 바로 자연 계열 진로를 확정 짓는 경향이 강한데 원서 접수를 앞두고 합격 가능성뿐만 아니라 적성과 흥미까지 고려한 결과 자신에게 잘 맞는 전공을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반수 대신 다전공 제도를 활용해 원래 희망했던 전공을 병행하는 경우도 다수다. 최근 대학은 복수전공 부전공 융합전공 학생설계전공 마이크로디그리 등 다양한 다전공 제도를 운영한다.
학생들 역시 이를 적극 활용하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다전공 신청에 인원·성적과 같은 제한을 두지 않는 서강대의 경우, 2025학년엔 인문학부 학생 중 84%가 다른 전공을 함께 이수했다. 대학마다 다전공 운영 방식이 다르므로, 교차지원 후 다전공을 할 계획이라면 지원 전 학교의 세부 규정을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강경진 서강대 책임입학사정관은 “서강대는 다전공의 자유를 열어뒀지만 전과 제도는 없다. 졸업까지 입학 시 선택한 전공 공부를 이어가야 하는 만큼 교차지원을 고려할 때는 학업을 잘 이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보길 바란다”라고 조언한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