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이 ‘중동 공포’까지 삼켰다…IMF·ADB, 한국 성장률 2.6%로 높여

2026-07-09 13:00:02 게재

반도체·AI 하드웨어 수출 폭발 … 중동발 공급충격에도 주요국 중 ‘최대 상향 폭’

선진국 성장률 둔화 속 한국만 내년까지 동반 상향… 에너지발 고물가 압력 복병

중동전쟁 악재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국으로 떠오르며 독보적 성장세를 입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중동전쟁 여파로 세계각국의 성장전망을 낮추면서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6%로 대폭 올렸다.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 기록한 이번 상향조정은 한국의 반도체와 AI하드웨어 수출호조가 중동전쟁이란 대외악재를 상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로 풀이된다.

◆올해 성장률 2.6%로 수직상승 = 9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IMF는 ‘7월 세계경제수정전망’에서 한국의 2026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4월 전망치 대비 0.7%포인트(p) 상향한 2.6%로 제시했다. ADB도 ‘7월 아시아경제전망’에서 같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양 기관 의 상향 조정폭(+0.7%p)은 IMF가 성장률을 발표한 주요 30개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내년(2027년) 성장률 전망치다. IMF는 한국의 2027년 성장률을 4월 대비 0.4%p 높인 2.5%로 상향조정했다. ADB 역시 0.1%p 높인 2.0%로 내다봤다. 올해 깜짝 성장에 그치지 않고 적어도 내년까지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인 셈이다.

한국의 성장전망은 주요 선진국 그룹과 비교하면 독보적이다. IMF가 전망한 선진국 그룹의 2026년 평균 성장률은 4월 대비 0.1%p 하향된 1.7% 수준이다. 미국(2.3%)이 기술투자와 완화적 금융여건에 힘입어 선방했을 뿐, 중동분쟁 노출도가 높고 에너지 가격부담이 큰 유로존(0.9%, -0.2%p)과 일본(0.6%, -0.1%p)은 줄줄이 하향조정을 면치 못했다.

ADB 분류 체제에서도 다른 아태선진국인 일본(0.7%), 호주(2.0%), 뉴질랜드(1.6%, -0.3%p) 등이 정체되거나 하락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한국은 어떻게 악재 피했나 = 양 기관 보고서의 핵심 키워드는 ‘전쟁(War)’과 ‘기술(Technology)’의 교차다. 글로벌 경제가 중동분쟁에 따른 공급충격이라는 하방압력과 AI가 주도하는 기술 사이클이라는 상방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차로에서 각국 경제의 운명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와 ‘AI 밸류체인 편입 여부’에 따라 엇갈렸다.

한국은 대표적인 에너지 수입 의존국으로 중동발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가 도약한 이유는 ‘견조한 대외 수요를 갖춘 AI 하드웨어 벨트’의 핵심 축이기 때문이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AI 하드웨어 순수출 상위 4개국’으로 꼽았다. 글로벌 반도체와 AI 서버 인프라 확충에 필수적인 핵심부품을 한국이 공급하면서, 수출 폭발이 일어났다는 평가다. 실제 한국의 2026년 1분기 성장률은 연율(계절조정) 기준 7.5%를 기록하며, 당초 IMF가 예상했던 1.8%를 4배 이상 뛰어넘는 깜짝성장을 달성했다. 동시에 내수측면에서는 유류할증료 인하, 연료 가격 상한제 등 정부의 민생안정대책이 완충 역할을 해냈다는 점이 ADB 보고서에 반영됐다. 주식시장의 활력과 IT 기업들의 실적 호조 역시 소비 추세를 안정적으로 떠받치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라는 거대한 동력이 생산비용 증가라는 에너지발 악재를 완벽하게 누르고 있는 모양새다.

◆고개 드는 물가압력이 변수 = 다만 이같은 성장전망에도 불구하고 ‘물가’라는 복병이 숨어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인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에 전가되고 있어서다.

ADB는 한국의 2026년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4월 대비 0.4%p 높인 2.7%로 상향 조정했다. 2027년 역시 0.2%p 상향한 2.2%로 내다봤다.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의 올해 물가 전망치가 4.3%(+0.7%p 상향)로 오른 것과 궤를 같이한다. IMF 역시 세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7%(선진국 3.0%, 신흥국 5.8%)로 4월 대비 0.3%p 상향 조정하며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국제기구들이 제시한 보고서 원본에는 한국 경제가 직면할 수 있는 3대 잠재적 하방 리스크가 명시돼 있다. 첫째가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에너지 공급 차질이다. 현재 전망은 오는 7월 중순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차질이 완화돼 2027년 초 정상화된다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다. 만약 중동전쟁이 추가로 격화되거나 장기화되면 비용압박이 한국 제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미국의 관세 재부과도 위험요인이다. 글로벌 무역 분절화 흐름 속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반도체·자동차 수출전선에 규제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상존한다. ‘AI 버블’이 현실화하거나 주식시장이 조정장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 성장을 주도하는 AI 기술 사이클의 기대감이 급격히 꺾이거나 자산시장의 조정이 올 경우, 기업투자 위축과 소비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 “민생 안정·구조혁신 총력” = 이번 IMF와 ADB의 성장률 상향 조치는 대외적으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내적으로는 경기회복 온기가 고르게 분산되지 못하는 ‘양극화’의 과제를 안고 있다. 반도체·IT 중심의 대기업 수출은 대호황을 누리는 반면, 고물가와 고금리 압박에 직면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의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어서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상향 폭이 주요 30개국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내년까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평가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면서도 “대외 지정학적 위험과 고물가로 인한 민생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하반기 중 민생물가 안정과 양극화 해소, 청년층 등 취약부문 고용 지원에 재정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또 이번 기술 사이클의 우위를 지속하기 위해 AI와 녹색 대전환 등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 대응하는 한편, 구조혁신을 통한 중장기 잠재성장률 확충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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